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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의리(義理:의미)를 구하려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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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의리(義理:의미)를 구하려 읽는다
  • 박석무
  • 승인 2009.10.0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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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다산 연구소 이사장

중추가절(仲秋佳節), 참으로 좋은 계절입니다. 들판에는 황금빛 벼이삭이 넘실대고, 온갖 과일이 빨갛고 노랗게 익어버렸습니다. 보름달이 밝고 둥그렇게 떠오르는 음력 8월 보름날, 그날이 진짜 가을다운 저녁이기에, 세상에서는 그 저녁은 추석(秋夕)이라고 일컬어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청한 날씨에, 오곡이 풍성하게 무르익어 먹어도 먹어도 부족함이 없으니 얼마나 살기에 편하고 넉넉한 시절인가요. 그래서 어떤 학자는 세속에서 전해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날만 같기를 원하노라.”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加也勿 減也勿 但願長似嘉俳日”(金邁淳『洌陽歲時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마음대로 먹고 멋대로 편하게 살아갈 계절이지만, 우리는 또 이런 때에는 책을 읽고 연구에 전념하기도 해야 합니다. 책은 또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다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표현을 달리하면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에 담긴 뜻과 의미를 찾아내는 일일뿐이다.

만약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없다면 비록 하루에 천권의 책을 읽는다해도 담에다 얼굴을 맞댄 것처럼 아는 것이 없게 된다.”(讀書者 唯義理是求 若義理無所得 雖日破千卷 猶之爲面墻也)라고 말하여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의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의미를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설명합니다.

“그렇지만 글자마다의 의미인 훈고(訓?)에 밝지 못하다면 뜻이 따라서 어두워진다. 혹 동(東)을 서(西)라 해석하면 뜻이 어긋나게 되니, 이런 이유로 옛날의 선비들이 경(經)을 해석할 때에 대부분 훈고(글자의 뜻풀이)를 급선무로 여겼었다.”(雖然其字義之?訓 有不明 則義理因而晦 或訓東而爲西 則義理爲之乖反 玆所以古儒釋經 多以?訓 爲急者也: 「詩經講義序」)라고 말하여 글자의 명확한 의미를 파악한 뒤라야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고, 그래야 글 전체의 의미를 명석하게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경강의서'라는 글은 정조대왕이 『시경』에 관한 800여 조목을 다산에게 묻고 다산이 답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서문으로 쓴 글입니다.

다른 경전도 그렇지만, 유독 『시경』의 글자는 참으로 난해한 글자가 너무 많아 글자에 대한 명확한 의미가 파악되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책인데, 다산이 너무나 정확하고 올바르게 풀이하여 정조가 매우 칭찬했던 책입니다. “백가(百家)의 말을 두루 인증하여 그 출처가 무궁하니 평소에 쌓은 실력이 참으로 넓고 깊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다고 합니다. 역시 책을 읽으려면 다산처럼 읽어야하는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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