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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도덕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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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도덕 지능
  • 류제경
  • 승인 2009.10.0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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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까치 한 마리가 죽어 있고 그 둘레에 네 마리의 까치가 모여 있다. 차례대로 한 마리씩 부리로 가볍게 시체를 쪼아대더니 이윽고 네 마리 모두 숲속으로 날아가서 지푸라기를 물고와 시체 옆에 놓았다. 까치는 몇 초 동안 묵념이라도 하듯 그 자리에 서 있다가 한 마리씩 하늘 멀리 사라졌다."

까치들의 장례식을 목격하고 까치도 슬픔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명예교수인 마크 배코프 교수가 ‘뉴 사이언티스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베코프 교수는 많은 동물들이 까치처럼 슬픔을 느낀다면서, 슬픔에 젖은 동물은 혼자서 외딴 곳에 앉아 허공을 쳐다보거나, 음식 먹는 것을 중단하거나, 짝짓기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수컷 침팬지는 어미가 죽은 뒤에 단식하고 결국 굶어 죽은 경우도 있었으며, 특히 가장 슬픔을 잘 느끼는 동물은 코끼리인데, 코끼리는 짝이나 새끼가 죽으면 며칠 동안 밤샘을 하며 시체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화생물학자 베코프 교수가 이번에는 ‘사람보다 개가 낫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뉴질랜드에서 열린 동물학대방지협회(SPCA) 회의에서, 개도 ‘도덕 지능’을 갖고 있어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고 뉴질랜드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즉, 개는 사리분별은 물론이고 친구를 사귀거나 원한을 품을 수 있으며 심지어는 사람처럼 당황하거나 웃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한 개가 노는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 다른 동물을 세게 물거나 공격하는 일은 잘못된 일이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또한 놀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자신들의 행동을 알맞게 맞추어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개와 코요테 등을 연구해 온 베코프 교수는 늑대 역시 이런 행동성향을 보인다고 하면서, 집단을 형성하는 습관이 있는 동물들이 단체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그룹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집단의 룰(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습관이 늑대를 통해 개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베코프 교수에 의하면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모습에 대하여, 집단의 룰을 따르지 못한 동물은 통상 그 그룹에서 쫓겨나 혼자 떠돌다가 죽을 가능성이 집단 내보다 4배나 높아지기 때문이며, 동물이 도덕성을 갖게 된 것은 그렇지 않으면 야생에서 치르는 대가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그의 주장 중에 “상호관계만 놓고 보면 일부 동물의 도덕 지능은 인간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되새겨 볼만한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바야흐로 도덕불감증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여성을 살해한 범인이 반성의 기색은 커녕 영웅이라도 된 듯이 태연스럽게 자신의 범행을 재연하는가 하면 자신의 범행을 담은 책을 써서 돈을 벌겠다고 나서는 세상입니다. 근래에 한 초등학생이 차마 인간이 한 행위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처참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런 인면수심의 인간들을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비유하는 것이 오히려 개들에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는 그 지식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도덕성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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