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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백성을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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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백성을 두려워하라
  • 박석무
  • 승인 2009.11.0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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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다산 연구소 이사장

다산에 관한 기록들을 읽다보면 생각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서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외적인 경우도 많지만, 대체로 조선후기의 시대는 당파싸움이 그치지 않았기에, 당이 다른 사람과는 교유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의 관행이었습니다.

학문적으로 높은 수준의 학자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가까이 거주하는 학자들끼리도 당이 다르면 교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산은 우선 그런 사회적 관행을 훌쩍 뛰어넘어, 아무리 당파가 다르고 정치적 견해가 같지 않은 학자라도 수준이 높은 학자들과는 참으로 다정하고 즐겁게 교유하면서 학문적 토론을 계속한 기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문산(文山) 이재의(李載毅)라는 학자는 다산보다 10세 연하인데, 아들 이종영(李鍾英)이 강진의 이웃고을인 영암군수로 재직했기 때문에 영암에 와서 지내다, 강진에서 유배살이하는 다산을 찾아가 학문을 토론하면서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내노라는 노론가문 출신의 이재의는 남인출신의 다산과는 여러면에서 친해지기 어려운 처지였으나, 그들은 깊은 학문토론을 통해, 견해를 달리하면서도 인간적으로는 정말로 가까운 사이가 되어 아름다운 우정을 후세에까지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이종영을 아들이나 제자처럼 여기면서 많은 교훈적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영암군수에서 함경도 부령도호부사로 발령이 나, 떠나가는 이종영에게 송별의 뜻으로 지은 「송부령도호부사이종영부임서」(送富寧都護府使李鍾英赴任序)라는 글에는 목민관으로 지켜야 할 철칙 같은 매우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었습니다. “목민관은 네 가지를 두려워해야 한다. 아래로는 백성을 두려워하고, 위로는 대간(臺諫)을 두려워하고, 그 위로는 조정(朝廷)을 두려워하며, 그보다 더 위는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나 목민관이 두려워하는 것은 항상 대간과 조정뿐이고, 백성과 하늘은 두려워하지 않는 때가 많다. 대간과 조정은 가깝기도 하지만 멀기도 하다. 먼 경우 천리나 되고, 더 먼 경우는 수천리나 되니, 귀와 눈으로 살피는 것이 더러는 치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백성과 하늘은 바로 앞에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헤아리고 몸으로 느껴 호흡을 함께 하고 있으니, 잠시도 떨어질 수 없이 가장 밀접한 관계가 백성과 하늘이다.”

세상에 말이 없는 하늘,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는 것 같은 백성들,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다가는 세상이 뒤집히고 만다는 것을 다산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찌 목민관에게만 해당되겠습니까. 나라를 경영하고,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이라면 외천(畏天), 외민(畏民)의 네 글자에 마음을 기울여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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