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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언짢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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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언짢게 하는 것들
  • 안용호
  • 승인 2009.11.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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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날씨가 입동이어서 그런지 스산하다. 지리산 피아골을 거쳐 오는 단풍 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담양 추월산을 거쳐 오는데 추월산의 단풍도 예년보다 더 아름다웠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바삐 움직이고 지나치게 자유를 구가하여 자신의 행위를 다른 사람이 언짢게 생각해도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본다.

이런 사람들을 계몽주의의 위대한 사상가 밀의 ‘자유론’이 비춰본다. 밀은 개인의 행위를 ‘자기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행위’와 ‘다른 사람에게 관계되는 행위’로 나누었다. 앞의 것에 대해서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뒤의 것에 대해서는 사회가 간섭할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밀은 자유론을 통해 벤담이 제창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공감하면서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개인이 사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사회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사회적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의 주장은 실현된 지 오래다.

밀의 주장을 다른 쪽에서 해석해도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위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당연히 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된다. 대동 사회를 실천하고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가정에서 부모에게 불효하는 사람까지도 시정에 불러다가 덕석몰이를 시켰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자유를 너무 많이 향유한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는 나의 자유를 위하여 다른 사람의 자유가 아닌 것을 자유로 받아들인 우리 무지의 결과로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길에 잠깐 나서 본다. 4거리에 차를 대놓고 신호등이 바뀌어도, 뒤에서 빵빵 소리가 나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지나간다. 핸드폰으로 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는데 뒷좌석의 여자분이 핸드폰으로 농성역에서 운남초등학교 근처까지 약 35분간을 큰 소리로 상대방과 전화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왔다.

친구와 식당에 들어갔는데 마침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와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3살짜리, 5살짜리 아이들이 온 식당에 소리를 지르고 다니면서 넘어지고, 수저통을 엎어뜨려도 말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의 엄마가 웃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 우리 주위에는 남의 돈과 물건을 빌려 쓰고 갚지 않은 사람도 있다. 종말에는 도망을 치기도 한다. 그 심보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상대방과 식사를 한다 하더라도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니면 급한 일때문인지 게걸스럽게 소리를 내며 식사를 시작하면 우리는 언짢아진다. 공부에는 관심없으면서 현관문에서부터 버스 정류장까지 핸드폰을 귀에 달고 다니고, 학교에 도착해서는 수업 시간에 책상 밑에 손을 넣어 문자보내기만 하는 학생도 이미 도를 넘은 것이다.

항상 남의 뒤에서 흉을 보는 사람들, 술만 조금 마시면 기고만장하여 반말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싸잡아 욕하는 사람들, 남이 하니까 따라서 얼굴 성형수술하는 사람들, 명품을 너무 좋아해 짝퉁이라도 들고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계모임이나 친구들 모임에서 앉기만 하면 남편자랑, 자식자랑을 입버릇처럼 늘어놓는 사람들, 자동차 큰 것 사고 아파트 큰 평수에 이사했다고 앉으면 자랑하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사이카 타고 질주하는 청년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면서 연기로 사랑마크 만들어 노인 쪽으로 보내는 고등학생들도 우리를 언짢게 한다.

법적인 안경이 아니라 도덕적인 안경으로 보아도 너무나 많고 많다. 다른 거울을 들여다보자. 부처님은 ‘누가 천민입니까?’라고 물으니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하는 사람’을 예로 들었다. 공자님도 군자와 소인을 말하면서 사람과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셨다. 천성은 다 같지만 살아가면서 스스로 낮은 데로만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어쩔 것인가?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 정치화되어서 매우 어렵겠지만 교육과정을 인간중심 교육과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특히 도덕 교육의 내용을 사람이 살아가면서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배우는 오륜행실도처럼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이것의 답은 독자들의 머리 속에 있다. 우리를 언짢게 하는 것들이 줄어들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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