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입학사정관제, '돈잔치'로 끝나나
상태바
입학사정관제, '돈잔치'로 끝나나
  • 나윤수
  • 승인 2009.11.15 0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윤수∥본지 고문

입학 사정관제는 성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자는 취지다. 사교육을 덜 받았어도 인성 좋은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다.

인성 좋은 학생을 골라내기 위해서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을 두고 있다. 입학 사정관들은 학생부와 자기 소개서, 이력서를 바탕으로 성적과 개인 환경, 잠재력등을 종합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출발한 입학사정관제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대입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지난해부터 예산을 10배(157억원)로 늘렸지만 예산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다. 인성 좋은 학생은 커녕 돈 잔치만 하다 끝나게 될 판이다. 자칫 돈 많은 집안 얘들 대학가는 창구역할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사교육 시장을 잡겠다고 내세운 정책이 자칫 사교육 주범으로 몰릴 처지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대입 뻥튀기, 허위 돈봉사 넘친다
서울의 한 유명 S 사립대학교에서 있은 실제 사례다. 입학 사정관 K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학지원 서류중 봉사 서류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돈 냄새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봉사 서류에는 남아메리카 인디오 마을에서 아마존 마을 까지 망라돼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아프리카 오지마을 봉사 서류가 과일 상장에 가득 담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해외 봉사 활동이 한 두 학생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는데 문제다. 엄연히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 무주택 자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헤비타트 운동, 종교 단체의 해외 선교, 해외 기아 구제등 봉사 형태도 다양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평범한 국내 봉사 활동으로는 입학이 힘들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특이한 해외 봉사 이력이 필수적 요소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몇몇 외국어 고등학교에서는 봉사 활동을 위한 해외 수학 여행까지 다녀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예 허위 봉사 활동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봉사 활동이 아니라 돈 잔치다. 봉사는 이름뿐인 허울이다. 대입 관계자들 말은 해외 봉사 활동 기록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 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대학에서 말을 바꾼적이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봉사활동이 화려한 입시 스펙이 되도록 도와주는 학원이 성업중이다.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대신 써주고 받는 금액이 1백만을 넘어섰다는 것은 알려진지 오래다. 입학사정관 컨설팅 업체는 한차례 상담으로 50만원을 받는 곳도 많다. 고 3 수험생인 광주 K고의 김모군에 따르면 “지난해 입학 사정관제로 통해 대학에 들어간 서울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 봉사활동으로 그 경험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경영학과에 입학했다”면서 “돈 없는 학생은 엄두 도 낼수 없는데 입학 사정관제는 돈 많은 사람들 대학 들어가는 창구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 했다.

학생부에 다앙한 이력을 채우려다 보니 매니저 격인 엄마도 덩달아 바빠 졌다. 학생부 평가를 위해서 학교 선생님을 자주 찾아뵈야 하고 다양한 대외 봉사 활동도 찾아 줘야 한다. 과정을 평가 한다고 하나 무슨 대회든 참가 해 보는게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에서 매니저형 엄마가 뜨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입학 사정관제는 돈 있고 시간 많은 학부모에게 일단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학이나 정부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정부․ 대학 함께 고민해야
실제 자기소개서를 제손으로 써서 합격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고 3수험생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원하는대로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입학 사정관들은 사설 학원에서 도움을 받은 학생을 가려내겠다지만 무슨 수로 한다는 건지도 분명치 않다.

또한 많은 지방 학생들은 서울 사설 학원에는 각 대학별 맞춤식 이력서나 자기소개서가 존재 한다고 믿고 있다. 지금처럼 대학에서 확실한 기준없이 입학 사정관제를 확대하다보니 나온 믿음이다.올해도 수능 시험이 끝나면 서울로가서 학원가를 기웃 거리는 학생들로 넘쳐 날 것이다. 이미 족집게식 이력서나 자기소개서가 존재한다는데 막을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 같아서는 입학 사정관제는 사교육 잡으려다 새로운 사교육 업자 배만 불려 준 꼴이다.

더 늦기전에 대학과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 봉사 같은 경우는 점수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교과부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반영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새 시스템에는 교사의 의견을 더 반영하고 학생들 스스로가 이력을 관리하고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금처럼 했다가는 입학사정관제는 반짝하다 사라지는 또 한번의 실패 사례일 뿐이다. 아예 없애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