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1 대 1백만
상태바
1 대 1백만
  • 안용호
  • 승인 2009.11.18 1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한 과학자의 죽음에 13억 중국이 울었다고 한다. ‘양탄일성에 큰 공을 세운 중국 우주항공의 아버지 별세하다.’ 중국관영 신화사 통신은 지난달 31일 98세의 일기로 베이징 자택에서 숨진 원로 과학자 ‘첸쉐썬’ 추모 특집기사를 이렇게 전했다. ‘양탄일성’이란 원자탄과 수소폭탄 그리고 인공위성을 말한다.

올해 1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그를 병문안했으며 원자바오총리는 8월 6일을 포함해 총리로 있으면서 네 차례나 첸 박사의 자택을 찾아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죽자 전 중국인이 애도를 표하고 슬퍼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이것은 한 과학자의 죽음만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첸박사는 저장성 항저우 시에서 1911년 12월에 출생하여 상하이 자오퉁대를 1934년에 졸업한 후 칭화대 유학생에 선발돼 중국대륙이 혁명과 항일전쟁으로 들끓던 당시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1939년 캘리포니아공대에서 항공우주 및 수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미국 국방과학위원회에서 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다.

그동안 중국은 그가 필요해 조국으로 돌아올 것을 종용했으나 우수 두뇌 유출을 막으려는 미 당국이 귀국을 허락하지 않는 바람에 돌아오지 못하다가 6.25전쟁에서 중국에 붙잡힌 미군 조종사와 1955년 교환되면서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국에 돌아와서는 국방부 전략미사일 개발프로그램에 참여해 핵무기 및 우주개발을 주도했다. 1964년 10월 중국이 첫 원자탄 실험을 하고 1967년 6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것은 그의 힘이 컸다. 아니 그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1970년 4월 인공위성발사의 성공 뒤에도 그가 있었다. 또 2003년 10월 중국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에도 기여했다. 첸 박사가 중국인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우주과학에 대한 기여 못지않게 중국인에게 애국심과 자부심 등을 심어 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학에만 크게 기여했다면 그렇게까지 존경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미국생활에 대해 물으면 “내가 미국에서 배우고 일한 기간은 모두 조국으로 돌아가 인민을 위해 일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중국인이니까.”라고 말함으로써 중국인의 마음을 흔들고 경외심까지 갖도록 했다. 또 중국의 후진성을 말할 때도 “외국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인도 할 수 있다.”고 말하여 중국인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미덕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로서 인격을 겸비했다. 그에 대한 칭송이 이어질 때는 “나는 창해일속에 불과하다.” “원자탄이나 인공위성은 수천 명에 이르는 과학자의 합작 결과이지 어느 한 사람이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 했다. 이러니 어떻게 존경을 안 할 수가 있겠는가.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관영 중국중앙TV가 첸 박사를 ‘중국을 감동시킨 10대 인물’에 선정하자 “위대한 것은 내가 아니고 중국과 중국인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인민을 높임으로써 자신까지도 높이는 고도의 문학적 표현력을 썼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근본적으로 중국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보인다. “내 성은 돈씨지만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널리 회자된다고 한다.

첸박사는 1991년 10월 과학자가 받는 최고 영예인 ‘국가걸출공헌과학자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중국인민 백만 명보다도 더 위대하다. 과학자가 최선을 다하여 위대한 것을 만들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조국을 사랑하고 그 속에 자신을 밀어 넣으며 함께하는 동족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치 탈무드에 나오는 교회를 짓는 세 사람 중에서 ‘나는 하느님의 성전을 짓는다’고 말한 사람을 연상시킨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는 중국인을 위하여 일을 한 것 같다. 첸박사의 죽음에 울고 있는 중국인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왜 그런 위대한 사람이 없는가’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도 미국에 두 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또 미국에서 성공한 과학자들도 있다고 하는데…….

마침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발표했는데 5위에 오른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을 공동 창업한 미국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눈길을 끈다. 6위에 오른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도 눈에 띈다.

이런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첸박사처럼 조국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오려면 그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가 조국을 사랑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민족은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민족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인물이 나올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