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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인식지수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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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인식지수 39
  • 류제경
  • 승인 2009.11.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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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작년에 연수차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조선시대 때 주로 행해졌었던 형벌의 하나인 태형이 지금도 그 나라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태형은 후진국형 형벌이라고 하여 요즘은 볼 수가 없지만 싱가포르에서만은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사다리꼴 모양의 나무 형틀에 사람을 엎드리게 한 후, 몸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묶고, 엉덩이 부분은 옷을 벗겨 맨 살이 드러나게 한 다음, 건장한 교도관이 온 힘을 다해 굵은 나무 회초리를 내려칩니다. 태형에 사용되는 회초리는 굵기 1.27㎝에 길이 1.2m의 등나무를 사용하는데, 맨 살에 단단한 등나무 회초리가 파고들면 살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며, 횟수가 거듭되면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건장한 남성도 한 대만 맞으면 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그러므로 형장에는 반드시 의사가 입회하게 되며 한 대를 친 후에 마다 죄인의 상태를 점검하고, 형 집행이 끝난 후에는 의사가 응급처치를 하지만 평생 흉터가 남는 것은 물론, 정신적 후유증이 극심해 성기능 장애에 시달리기까지도 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싱가포르의 ‘태형’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1994년 미국 청년 마이클 페이(Fay)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18세였을 때, 그 해 3월 싱가포르로 여행을 갔다가 열흘 동안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에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계란을 던지다가 체포되었는데, 법원이 페이에게 6대의 태형과 3500 싱가포르 달러의 벌금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이 발칵 뒤집혔는데 미 국무부는 “외교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당시 클린턴 대통령까지 나서서 “태형을 면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싱가포르 법원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6대를 4대로 감형한 뒤 태형을 집행했습니다. 매를 맞은 페이는 엉덩이가 헤지고 피범벅이 되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 직후에 미국 USA투데이가 마이클 페이 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3%가 태형의 도입을 찬성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만약 미국이 싱가포르처럼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면 지금처럼 사회문제가 많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마약을 소지하거나 사용한 자에 대해서는 사형에 처하고 있는데 이 에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없으며, 지금까지도 이렇듯 태형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포를 통한 범죄 예방효과’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2006년도 조사 결과, 아시아에서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싱가포르가 뽑혔는데, 이는 엄격한 법집행에 의한 사회적 안정성과 ‘태형’에 의한 범죄 예방 효과 때문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올해의 부패 인식 지수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부패 인식 지수'는 10점 만점에 5.5점(작년 5.6점)으로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39위를 기록했습니다. '부패인식지수'는 국내외 기업인 등 전문가들이 바라본 공공 부문 부패 정도를 0점에서 10점까지 표시한 것으로 0점에 가까울수록 부패 정도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평균인 4.03점보다는 높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0개국의 평균 7.04점보다는 2.1점이나 낮습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싱가포르가 9.2점으로 세계 3위를 차지했고, 홍콩(8.2점, 12위), 일본(7.7점, 17위), 대만(5.6점 37위)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보다 앞섰습니다.

세계 1위는 지난해에 이어 뉴질랜드(9.4점)가 차지했고, 덴마크 9.3점(2위), 스웨덴 9.2점(3위), 핀란드 8.9점(6위), 노르웨이가 8.6점(11위)을 얻어 `깨끗한 북유럽 국가'의 이미지를 이어갔습니다. 아프가니스탄(1.3점)과 미얀마(1.4점), 수단(1.5점), 이라크(1.5점) 등 정치ㆍ사회적으로 불안한 국가들이 최하위권에 머물렀으며, 소말리아는 작년보다 0.1점 상승한 1.1점을 얻었지만 작년에 이어 여전히 세계 최하위를 면치 못했습니다.

세계 3위이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한 국가, 싱가포르의 비결은 엄격한 법 집행과 ‘태형’의 효과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용어가 들먹여져 왔던 우리 사회, 정권에 따라 좌우로 흔들렸던 우리 법치행정의 검은 역사가 아직도 잔존하여 부패 인식 지수 순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도 과거에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형벌인 ‘곤장’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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