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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사라지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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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사라지는 숲
  • 안용호
  • 승인 2009.11.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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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매일 원목을 가득 실은 180대의 무개화차가 만주횡단철도를 칙칙폭폭 달리며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 중국의 만주로 원목을 실어 나른다. 또 다른 중국의 주요한 철도 종착지인 쑤이펀허는 한층 더하다. 원목을 가득 싣고 러시아를 출발한 무개화차가 매일 400대씩 도착한다. 러시아의 극동지방에는 중국인 소유의 제재소가 800개나 들어서 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지구의 허파를 무자비하게 잘라내고 있는 것이다. 종이는 서기 105년 중국의 채륜이 만들었으며, 채륜이 발명한 종이는 탈라스 전투에서 패한 당나라 군사 속에 장인이 있어 유럽으로 전래된다. 이후 수작업에 머문 종이 제조기술이 기계식 종이 제조 방식으로 바뀌고, 기계식 종이 제조는 1803년 들어 명실상부한 혁명을 맞이한다.

펄프에서 종이까지 전 과정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포드리니어’라는 기계가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종이 만드는 재료도 넝마, 짚, 풀 등이 쓰이다가 1857년 독일에서 기계를 이용해 나무를 갈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고, 영국의 발명가 찰스와트와 버지스가 화학약품을 이용해 나무를 ‘펄프’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제지 산업은 전혀 다른 세계로 발을 들여 놓는다.

기계화로 영국에서 번창하던 제지산업은 쇠락을 거듭하다가 미국에 자리를 물려주고 지금의 종이 산업은 다국적 기업이 경영하는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바뀌었다. 공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나무를 잘라 습한 펄프를 만들고, 마른 종이 112킬로미터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이면 족하다. 다시 말해 물에 희석된 펄프가 공장에서 인쇄할 수 있는 종이로 번신하기까지 단 12초면 충분한 것이다.

현대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원목의 42%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가 된다. 지금 세계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래는 생각지도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가 수많은 생물의 삶의 터전을 훼손한 결과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종이를 쓰는가. 평범한 영국인 한 사람이 일년 동안에 200킬로그램이 넘는 종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같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 년 동안에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종이는 3억 3천 5백만톤이다. 지난 40년간 4배나 증가했으며 하루 소비량은 1백만 톤에 육박한다. 복사지 1백만 톤을 한 줄로 이으면 적도를 1천 5백번이나 두를 수 있고, 같은 양의 두루마리 휴지를 한 줄로 이으면 달까지 2백번이나 왕복할 수 있다.

이런 종이를 우리는 하루에 다 써 버린다. 아니 버린다고 해야 더 정확하다. 원목 1세제곱미터는 두루마리 휴지 1천 5백개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은 일 년에 종이를 9천 2백만 톤을 소비하고 있고 그 뒤를 중국이좇고 있다. 일인당 연평균 종이 소비량은 핀란드가 324킬로그램으로 제일 많다. 세계의 평균보다 6배가 많은 수치이고, 고작 30그램에 지나지 않은 소말리아보다 1만 배가 넘는 수치다.

전 과정의 자원의 총량을 나타내는 라이프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제지산업의 경우 종이 1톤을 생산하기 위해 각종 자원 98톤이 필요하다고 평가되었다. 또 세계 자연보호기금은 2003년 이미 세계의 생태발자국은 지구의 재생능력을 25%나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지구가 더 이상 인간의 생활 패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종이를 너무 낭비한다. 복사종이의 45%가, 잡지의 75%가, 광고지의 100%가 휴지통에 들어간다. 가정의 쓰레기 중 45%가 종이인데 매년 수억 톤의 종이가 숲에서 매립지로 물밀듯이 밀려든다고 해야 옳다. 종이 1톤을 묻으려면 매립지 3제곱미터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3제곱미터가 필요하다. 더 무서운 것은 여기에서 메탄이 나온다는 것이다. 메탄은 온난화의 주범이다. 전 세계 폐지 활용률은 50%에 머문다.

킴벌리는 캐나다 원시림을 합법적으로 싹쓸이해 일 년간 370만 톤의 ‘티슈’를 생산한다. 여기에는 원목 300만 톤이 필요하다. 미국인은 1회용 컵을 매일 3억 300만 개 소비한다. 1인당 카달로그를 60부 이상 받아 보는데 통신판매로 매년 800만 그루의 나무가 소비된다. 우리나라 소비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금방 드러난다.

세계가 단 하루 동안 사용하는 종이를 생산하려면 1200만 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 제지 산업은 전 지구의 산림 지대에 손을 뻗쳐 러시아, 캐나다, 아한대림까지 파괴함으로써 지구의 허파를 없애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숲 지킴이 활동이 일어나고 있고, 종이 재료로 볏짚, 해초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이다. 석유는 고갈되어가고 우리의 허파인 숲은 파괴되어가고 있다.

숲을 팔아서 돈을 손에 쥐려는, 눈이 벌건 러시아 관리를 보면서 이제 어린이들에게 종이를 아끼자고 말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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