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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의 묘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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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의 묘비문
  • 류제경
  • 승인 2009.12.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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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인간과 동의어이며 인간과 일생동안 같이 가는 동반자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서, 죽는 것 즉, 생노병사(生老病死)가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이 네 가지는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태어나는 것이야 자기 의지의 개입 여지가 전혀 없지만 노병사(老病死)는 어느 정도 의지를 반영하여 관리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꾸준히 운동하고, 소식하며, 몸에 해로운 술 담배 음식 먹지 않고, 절제와 금욕적인 생활을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천천히 늙고 아름답게 늙으며, 큰 병들지 않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살다가 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삶을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특별한 의지와 각오가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좌우명으로 정해서 지키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고된 수행의 길을 택하기도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가장 인간다운 자신의 삶 관리 방법으로 ‘미리 유언 쓰기’, ‘자신의 묘비문 미리 써놓기’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후회 덜하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유명 인사들의 묘비문이 있습니다. 이 묘비문은 그 인생의 전체의 대강이자 그가 남긴 삶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담은 묘비문을 미리 써놓고 그 의지대로 살려는 사람도 있고, 그가 직접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의 인생 궤적을 지켜본 사람들이 그가 남긴 삶의 엑기스를 뽑아 만든 묘비문도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자신의 묘비문을 다음과 같이 남겼습니다.

“네가 너의 잘한 일을 적는다면 몇 편 되겠지만, 너의 숨겨진 허물을 기록하면 책은 끝이 없으리. 너는 사서(四書)와 육경(六經)을 안다고 말하지만 그 행실을 살핀다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인 조병화 선생은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라는 묘비문을 남겼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디오판토스의 묘비명은 방정식이었습니다.

“보라, 여기에 디오판토스 일생의 기록이 있다. 그 생애의 1/6은 소년이었고, 그 뒤 1/12이 지나 수염이 났고, 또 다시 1/7이 지나 결혼했다. 그가 결혼하고 5년 뒤 아들이 태어났으나 아들은 아버지의 반밖에 살지 못했다. 아들이 죽은 4년 뒤 그는 죽었다.”

방송 광고 등으로 너무나 많이 알려진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는 그의 묘비문은 웃음을 주면서도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인류의 성자이자 검은 대륙의 아버지였던 슈바이처 박사의 묘비문은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만약 식인종이 나를 잡으면, 그들이 다음과 같이 말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슈바이처 박사를 먹었다. 그는 맛이 좋았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도 나쁘지는 않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묘비문에 어떤 글을 새겨 볼까요. 아니면 어떤 글을 새겨 주도록 할까요.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의 묘비문을 써 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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