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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남초등학교의 '영어교육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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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남초등학교의 '영어교육 반란'
  • 나윤수
  • 승인 2009.12.08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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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수∥본지 고문

온나라가 영어 열풍에 휩싸인 느낌이다. 아니 목매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전라남도 보성군의 보성남초등학교가 사교육 없이도 영어를 잘 할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사교육 없이 모든 학생이 생활 영어를 무리 없이 구사 할 수 있도록 하는 산 영어 교육에 시골학교가 당차게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영어란 도시학생만 잘한다는 그간의 편견을 하나 하나씩 허물고 있다. 잘만하면 우리식 영어 공교육의 단초를 제공하는 좋은 사례가 될지 자못 기대가 크다. 이 학교의 영어 교육은 학교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몸으로 익히게 하는 방식이다. 학교를 통째로 영어 캠프화해 스스럼없이 영어를 말하고 듣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몸으로 영어를 체득하게 하는 실험적 영어 교육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결과만 봐도 도시 어느 학교 못지 않는 영어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영어 교육=학원 교육’ 도식 깨지나
도전적 영어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보성 남초등학교에서는 그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보성남초등학교 학생들은 등교할 때부터 여느 학교와 다르다. 교문 앞에서 교장 선생님과 영어식 눈맞추기(Eye contact)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이때 교장 선생님과 가벼운 인사말이 영어로 교환된다.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교장과 영어식으로 인사를 나눈다.

이어지는 아침 영어 방송도 이채롭다. 원어민 교사가 직접 나와 재미있는 영어 방송을 진행한다. 듣는 학생들이 모두가 이해할 수있는 소재 거리를 그날 그날 쉽게 풀어주는 식이다. 영어 발상의 전환은 생활습관과 수업을 바꿔 놓았다. 영어 말하기선(English line)을 만들어 그 선 안에서는 영어로 말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영어 말하기 선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의사를 주고받는 영어 생활공간을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는 또 5-6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자체 영어 캠프를 실시하고 있고 교내 영어말하기 대회도 열어 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동기부여로 학생들 영어 실력을 부쩍 키워 놓았다. 이 학교 학생들의 국제 감각도 남다르다. 학생들이 외국 대사관에 이메일을 보내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메일 보내기는 반크 운동을 본 뜬 것으로 학생들이 국제적 안목을 키우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우리 문화도 알리고 상대를 이해하는 디지털식 편지쓰기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학교 수업 방식 개선이다. 영어 수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교사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자율 연수를 매년 실시하고 있고 5학년 2반을 영어 교육 시범학급으로 선정해 영어 교육의 틀을 바꾸는 실험에 매달리고 있다. 쉬운 영어로 수업을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이다.

최근 영어 특별 교사 수업을 실시한 특별 연구 교사는 수업을 마친후 “학생들 영어 실력이 다른 학교와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면서 ”잘만 가르치면 사교육 없이도 지역단위에서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다“는 후한 평가를 내놓았다. 학교의 실험적 도전은 성과물로 나타났다. 6학년 한송화양이 전라남도가 주관한 ‘여름방학 여름 체험 마을’에 참가해 우수학생으로 뽑혀 한 달간 미국 미주리대 연수 장학생으로 뽑힌 것이다. 한양은 전라남도 영어체험캠프에서 초등학교 780명의 영어 영재중에서도 9명 안에 드는 실력을 뽐냈다.

한송화 양은 단 한번도 사교육을 받지 않은 보성남초등학교의 영어 교육에만 의존한 순수 국내파다. 완전히 공교육만으로 길러낸 영재라는 점에서 보성 남초등학교는 자부심은 남다르다. 한양의 영어 실력은 시골 작은 학교의 영어반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학원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실력으로 검증받은 셈이다. 이 학교는 제 2의, 제3의 한양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영어가 꼭 외국에서 배워야 한다는 고전관념을 깨는 제2, 제3의 한송화를 기대하고 있다.

사교육 없는 영어 공교육 하기 나름이다
흔히들 사교육의 주범으로 영어교육을 꼽는다. 한해 수만명이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조기유학은 떠난다. 심지어 영어 발음을 위해 혀를 수술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라남도의 한 시골학교의 조용한 영어 반란은 신선한 충격이다. 결국 영어도 교사하기 나름이라는 좋은 사례다.

보성남초등학교의 문덕근 교장은 “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영어를 잘할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일선 교단의 선생님들의 자세가 바뀌면 영어교육은 산 영어 교육이 될 수 있다”고 그간의 노력을 자체 평가 했다.

모든 교육을 영어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영어 교육에서 만큼은 보성남초등학교의 실험이 성공했으면 바램이다. 그간의 노력만으로도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아직 시작이지만 사교육 없는 영어 교육 문제해결의 단초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온나라가 무슨 영어 경연장 같은 사회분위기에서 공교육만으로 온존한 영어가 이뤄지는지 차분히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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