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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용호
  • 승인 2009.12.1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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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어렸을 때 ‘성인군자도 그것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할머니께 들은 적이 있다. 또 ‘그 사람, 군자다.’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들은 기억이 난다. 지금 불현듯 50년도 안 되어서 군자가 다시 생각나는 것은 세상이 어수선하고 우리의 리더들이 군자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자가 그립다.

'군자’라는 말은 논어에 자주 등장하며 ‘소인’과 대비되어 사용된다. 군자에는 세 가지 의미가 겹쳐져 있는데, 첫째로는 위정자나 지도자, 둘째로는 교양인, 셋째로는 덕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 세 의미를 겹쳐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군자의 반대되는 말인 ‘소인’은 첫째로는 서민, 둘째로는 교양이 없는 사람, 셋째로는 이상에서 벗어난 사람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겹쳐져 있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소인은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겠다.

군자의 의미에서는 학덕, 중용, 박학, 신사 등을 읽어낼 수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군자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논어 요왈편에서 공자가 제자인 자장에게 일러준 군자 오미를 음미해 보자.

첫째, 리더로서 배려하되 지나치면 안된다는, 부담스럽지 않은 배려를 말한다. 자기 딴에는 은혜를 베푼답시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사안까지 억지로 배려하면 상대방의 반발만 살 뿐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일을 정확히 찾아 은혜를 베푸는 지혜야말로 군자의 첫 번째 미덕이다.

둘째, 일을 시킬 때 부하 직원이 이에 원망을 느끼게 하면 안 된다는, 명확한 임무의 선택과 지시를 말한다. 일을 하는 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언제나 힘들다. 그런데 리더가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는 일을 아무런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시키면 리더를 향한 원망이 가중될 뿐이다. 일을 정확히 찾아내서 그 임무를 해야 할 사람에게 적절히 부과하는 일이 군자의 두 번째 미덕이다.

셋째, 욕망을 갖되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탐욕스럽지 않은 욕심을 말한다. 적당한 욕심은 사람을 긴장시키고 더욱 역동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그 욕심이 지나쳐 탐욕으로 변하면 리더가 직원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시킬 때가 많다. 욕심을 갖되 탐욕에 빠지지 않는 게 군자의 세 번째 미덕이다.

넷째, 자유롭되 교만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교만하지 않는 자유분방을 이야기한다. 자유가 지나치면 교만으로 번질 수 있다. 지위가 높고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교만을 경계해야 한다. 자유와 교만함을 구별할 줄 아는게 군자의 네 번째 미덕이다.

다섯째, 위엄을 갖추되 사나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납지 않은 위엄을 말한다. 위엄이 지나치면 꼴불견이 된다. 리더가 권위적으로 굴면 직원들이 리더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는 체할지 몰라도 뒤에서는 그 리더를 욕한다. 적절한 위엄만이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존경에서 나오는 두려움을 갖게 하려면 오히려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도가에서 말하는 성인은 무위자연 즉, 스스로 그렇게 잘하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하면 다스리지 않고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리더가 일일이 간섭을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수무상연, 물처럼 낮은 데로 임하는 겸손도 요구된다. 또한 성실과 근면, 나아가 대기만성이라고 완성이 없는 것이 완성이 된다. 기다리지 않는 기다림이다. 한마디로 무위의 철학을 갖는 것이 성인정신이다.

군자와 성인에 버금가는 우리나라의 선비 정신도 있다.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덕목으로 첫째, 청렴 즉, 깨끗함을 말한다. 둘째, 근검 즉, 부지런함을 뜻한다. 셋째, 후덕 즉, 베풀고 나누는 것을 말한다. 넷째, 성경 즉, 경효를 말한다. 다섯째, 인의 즉, 인간이 지킬 의로움을 말한다. 이런 정신을 갖춘 선비들이 이조 5백년을 이끌었다.

군자와 성인 그리고 선비의 리더 정신을 보면 리더가 된다는 것이 그렇게 쉽거나 가볍다는 것이 아님을, 오히려 어렵고 험난한 길을 가는 것과 같음을 알게 된다. 이 길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리더가 되면 안된다. 그가 관여하는 조직과 조직원의 생존에 큰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그 조직이 학교라면 수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국가라면 경술국치처럼 나라가 망하는 수도 있다. 군자오미의 덕목만 익혀도 본인과 조직원 그리고 조직 전체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군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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