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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곡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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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곡경
  • 류제경
  • 승인 2009.12.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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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방기곡경(旁岐曲徑 : 旁 곁방, 岐 갈림길기, 曲 굽을곡, 徑 지름길경)

‘방기곡경(旁岐曲徑)’이란 ‘옆으로 난 샛길과 구불구불한 길’이라는 뜻으로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입니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일간지 칼럼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6명 가운데 43%가 올해의 한국 사회를 비유한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徑)을 꼽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가 왕도정치의 이상을 다룬 '동호문답'에서 군자와 소인배를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라고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안대희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 온 행태를 적절하게 비유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손주경 고려대 교수(불문학)는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리적 이익을 취하려다가 정신의 풍요로움을 버리지 않았는지를 성찰하지 않았던 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정부의 신뢰를 저버리는 정책 추진으로 인해 현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영식 광주대 교수(영문학)는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여러 현안들을 진솔하고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임기응변식으로 모면하려는 인상이 강했다”면서 “올해 우리 사회가 겪은 사회적 혼란은 정부와 집권 정당의 이런 자세 때문에 심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도 ‘서로 옳음을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의 ‘중강부중(重剛不中)’이 19%,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의미의 ‘갑론을박(甲論乙駁)’이 12%, ‘가는 세월이 물과 같다’는 의미의 ‘서자여사(逝者如斯)’와 ‘숯불을 안고 있으면서 서늘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목적과 행동이 다른 경우에 사용하는 ‘포탄희량(抱炭希凉)’이 각각 10퍼센트로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의 우리 사회는 ‘방기곡경’했다지만 기축년 속의 우리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지난 한 해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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