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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교육감 선거, 그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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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교육감 선거, 그 불편한 진실
  • 나윤수
  • 승인 2010.01.0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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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수∥본지 고문

새해 지역 교육계의 최대 쟁점은 아무래도 교육감 선거다. 올 6월 뽑힐 교육감 입지자들이 속속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만큼은 참신하고도 개혁적이며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당선되기를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물론 교육가족 모두는 기대하고 있다.

이전 보다는 나은 교육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인지 상정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낌새는 그렇지 않다. 우선, 다수 시도민들의 열기나 관심도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열기는 커녕 교육감 선거가 내년 6월 2일 자기 손으로 뽑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필자는 이같은 무관심에 대한 경고를 이미 몇차례 한 바 있다. 지금 같은 무관심이라면 기호만 잘 뽑으면 당선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말해 정당과 관련이 없는 교육감이 내리 2번만 찍는 호남지역 선거 풍토 탓에 어부지리로 당선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미 입지자들도 번호표 운만 좋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호만 잘 뽑으면 교육감이라니 이게 웬 황당한 소린가. 사실은 이렇다.

현행대로라면 올 6월 지방 선거에는 광주시장과 전라남도지사를 비롯해 시군 시장·군수, 시도의원 및 교육위원까지 한 지역에서 8명을 뽑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는 투표지만 8장을 받아 투표소에서 기표를 해야 한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유권자는 짧은 시간에 시도지사 및 교육감, 각 의원등을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별 관심없는 유권자는 귀찮다는 듯이 아무렇게나 2번에다 기표할 가능성이 높다. 2번은 지역에서 통용되는 민주당 텃밭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제껏 이 지역에서 시도지사나 지방의원이 2번 뽑아서 안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피했다.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교육감 기호배정 방식이나 교육의원 선거방식에 대한 결론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교육감도 2번과 유사성이 있는 기호 나번이 당선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사실 교육감 후보자의 기호는 민주당 공천을 받은 시도지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유권자는 동일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몇차례 주민직선으로 치러진 타 지역 교육감 선거에서도 시도지사와 동일한 번호에서 당선자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선 교육감에대한 투표율은 예외 없이 거의 20% 내외였다.10명중 8∼9명은 투표도 하지 않았고 아무나 되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들입다 시도지사나 시장 밑에다 기표하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시도지사가 당선되는 번호와 일치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예를 들면 다수당이 1번을 차지하는 영남같은 지역은 한나라당 단체장 후보가 기호 1번이라면 교육감도 1번인줄 알고 기표하는 식이다. 호남지역이라면 시장이나 도지사등 민주당 후보의 기호가 2번이어서 기호 나번으로 추첨된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당과 관련이 전혀 없는 기호 나번 후보가 교육감 당선에 유리하다는 얘기는 유치하지만 현실적 근거를 갖는다

사정이 이러니 항간에는 교육감 입지해놓고 기호 나번을 뽑으면 끝까지 가고 그렇잖으면 중도 사퇴한다는 소리도 심심잖게 흘러 나온다. 어쩌다 교육감이 운에 눙치는 자리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 불편한 진실을 인정 할 수밖에 없다. 유달리 지역색이 강한 한국적 선거 풍토에다 유권자의 무관심이 불러온 21세기판 희극이 벌어질 가능성은 점점 농후해지고 있다.

실제도 누가 나번이냐는 로또 번호 당첨식 교육감 선거 소리는 이미 나온지 오래다. 교육개혁이니 참신한 인물이니 해봐야 번호운에 의해 교육감이 뽑힌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교육을 위한 비전이나 인물, 지역교육 발전을 위한 열정 같은 것은 없고 오로지 운에 맡긴다면 그런 선거를 해서 뭘한 것인지 자문하고 싶어진다.

사실 교육감 직선은 주민이 쟁취한 것이다. 내자식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내손으로 뽑는 권리를 가져온 것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별 생각없이 기표하고 나오는 순간 치르는 댓가는 크다. 교육을 내팽개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권자가 내팽개치듯 뽑은 교육감이 누리는 권한을 짚어 보자.

전라남도 교육감의 경우 한해 관련 예산만 2조원이 넘는다. 인사권도 막강하다. 1천개가 넘는 공립 유초등학교 교장인사에다 전남교육청의 모든 부서와 22개 지역 교육장 및 직속기관장의 인사권을 틀어 쥐고 있다. 그 외 다 열거하기 조차 힘든 각종 인허가권도 그의 몫이다. 운좋게 기호를 잘 뽑아 당선된 사람의 권한치고는 어마 어마하다. 수지 타산치고는 로또 복권 당첨자도 저리가라다.

물론 꼭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될가능성이 높다. 로또 복권식 교육감의 탄생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필자만의 괜한 걱정으로 끝나길 바란다. 하지만 로또식 나번의 교육감을 뽑아놓고 교육개혁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독자 여러분도 올해는 눈부릅뜨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자식 교육시키는 교육감 자리, 도둑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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