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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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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주는 의미
  • 류제경
  • 승인 2010.01.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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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경인년 호랑이 해가 밝은가 했더니 어느새 1월의 절반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도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빠르게 흘러갈 것임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불과 반달 전에 ‘버나드 쇼’의 묘비문인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를 되뇌이며 지나간 해를 후회의 마음으로 갈무리했는데 또 올해도 이렇게 가다 보면 작년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더군다나 경신년 벽두부터 작심삼일을 맛보고 있으니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호랑이 해, 그것도 백호의 해라하니 다른 해와는 다른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는 다짐도 해 보면서 호랑이해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동물 중의 하나는 아마도 호랑이일 것입니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품속에서 하여간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울음을 멈추게 할 정도의 대단한 위력을 가진 동물이 호랑이였으니 호랑이는 일찍부터 인간의 뇌리에 공포와 경외의 동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찮은 곶감 하나에 놀라 꽁지 빠지게 달아나던 그 장면에 이르러서는 호랑이는 더 이상 무섭기만 동물이 아닌 친근하고 다정스러우며 귀엽기까지 한 동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호랑이와 곶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꼬리로 물고기 잡은 호랑이’ 등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풍요롭게 해 주던 동물이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민화와 성황당 고갯마루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우리 조상들의 민간신앙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민초들의 고통과 소원을 해결해 주는 신령스러운 존재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민속학자인 최인학 인하대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 민속문화의 탐구’에서 설화 속 호랑이의 유형을 보은형, 호식형, 우둔형, 변신형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은형의 대표적인 이야기는 한 여인을 잡아먹은 호랑이가 목구멍에 그 여인의 비녀가 걸려 죽을 지경이 되자 이를 어떤 청년이 꺼내주었고 호랑이가 이 청년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호식형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인간의 이야기 또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처럼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이야기입니다.

우둔형으로는 길가는 선비가 굴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 주었으나 배은망덕하게도 선비를 잡아먹으려하자 아주 연약한 토끼가 호랑이를 골탕 먹였다는 이야기입니다. 변신형은 호랑이가 인간으로 변하여 아름다운 처녀와 혼례를 치루거나, 혹은 인간이 호랑이로 변신하여 산적을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보면 호랑이는 우리 인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때로는 우리에게 웃음도 주고 때로는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은혜 갚은 호랑이’를 읽었습니다.

나무꾼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려는 순간에 기지를 발휘하여 호랑이를 형님으로 부르며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하자 호랑이가 돌아가신 인간 어머니를 생각하며 통곡을 하고 그날 이후로 매일 산짐승 한 마리를 잡아서 나무꾼의 집 앞에 가져다 놓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호랑이의 순수하고 맑고 그 지극했던 효심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문득 납니다.

경인년에는 호랑이가 인간에게 준 많은 지혜, 그리고 호랑이의 용맹함과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바탕으로 '호랑이 눈'으로 세상을 매섭게 보되, '소의 발걸음'으로 마냥 진중하고 무던하게 사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삶을 살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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