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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초등학교 한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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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초등학교 한자교육
  • 강원구
  • 승인 2010.02.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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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동신대 초빙교수

교과서의 기준과 지침을 마련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한자 교육을 넣어야 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것으로 지난 1월 28일 확인됐다.

교과부는 이 내용을 새 교육과정에 일부 반영해 내년부터 초등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를 가르치도록 각 학교들에 권고하며, 앞으로 사회적 요구를 살펴 한자교육을 더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70년 한글 전용화 정책으로 한자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빠진 지 40년 만에 한자 교육이 다시 초등학교 정규과정에서 다뤄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평가원은 교과부 의뢰로 작성한 '초등학교의 바람직한 한자교육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며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정책에 한자교육을 포함시키고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7월 학부모와 교사 522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학부모 90%, 교사 80%가 초등학교 한자교육 시행에 대해 찬성했다. 보고서는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지속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수업 시간수 확보, 교육용 기초한자에 대한 국가 수준의 연구, 초등학교 교사와 교육대학생 등에 대한 한자 연수 및 교육 등을 제안했다.

교과부는 김영삼 전대통령, 김종필, 이해찬, 한명숙,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생존 중인 역대 총리 20명이 서명한 '초등학교 한자교육 촉구 건의서'가 청와대에 제출된 뒤 논쟁이 일어나자 이 연구를 위탁했다. 기존 교과부의 초등 교육과정에선 한자교육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일부 학교가 방과 후 활동 등을 통해 가르쳐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개정된 교육과정에선 보고서 연구 내용을 반영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명문화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앞으로 한자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한자 공부가 자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걸 상식으로 여겨왔다.

선생님들도 한자교육이 어휘력과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데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가정과 교육 현장 수요(需要)를 타고 어린이 한자학습서 '마법천자문'은 1300만부 넘게 팔렸다. 공인 한자급수시험만 7개, 한 해 응시자 150만명 중 60%가 초등생이다.

그런데도 정작 공(公)교육엔 한자교육이 설 곳이 없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지 40년이 됐다. 중고교에선 선택과목이고 수능에서 17%만 선택한다. 북한은 우리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하는 고등중학 1학년부터 3000자를 가르친다. 우리말 70~75%가 한자어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국어의 55%, 의학.철학 같은 전문용어의 95%가 한자어다. 한글은 같아도 한자에 따라 뜻이 전혀 다른 단어가 수두룩하다. 국어대사전에 '사기'라는 한자어만 27개가 실려 있다. 기세를 뜻하는 士氣, 남을 속이는 詐欺, 사기그릇인 沙器, 사마천의 역사책인 史記 등이 있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의 한자 기초실력을 평가한 결과 60%가 50점을 넘지 못하는 낙제점을 받았다고 한다. 대학국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한자어 기초실력 평가 결과 수강생 1,264명 중 775명이 50점 미만의 낙제점을 받았다.

중고교생들은 학교에서 모두 1800자의 한자를 배운다. 이를 익히면 대학 교양국어 교재의 한자를 막힘 없이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F학점 받을 정도로 한자에 문맹이라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본인의 관심과 노력 부족에서 비롯되지만, 한자 교과과정의 부실과 교사의 불성실한 지도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자문화권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한자를 모르면 원만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고전에서 옛 성인의 지혜를 얻기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생활에도 어려움이 많다. 동북아의 경제교류 증가로 한자의 중요성은 날로 커진다. 중국과 일본의 거래처와 한문으로 된 명함을 교환해 서로 알 수만 있어도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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