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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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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일
  • 류제경
  • 승인 2010.03.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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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교육과정이 수시 개정 체제로 전환되면서 거의 매년 교육과정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의 자율화를 지향하면서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지율성과 창의성 강화를 개정의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년군과 교과군의 도입,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을 통합한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교과별 수업시수 20% 이내의 증감과 집중이수제 운영 등을 그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과정은 2011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하여 연차적으로 적용하게 될 것입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교과군과 학년군 및 집중이수제의 실시로 발생할 수 있는 전학생들의 수업시간 이수 문제와 이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어느 교과를 어느 시기에 집중 이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냐에 대한 연구와 검토도 있어야 합니다. 수업 시간 20% 이내 경감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교사의 수급 대책도 준비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교과부에서는 교육과정의 자율화를 가급적 빨리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하여 가능한 학교는 금년부터라도 이를 실시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반 여건이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를 성급하게 실시했을 경우, 그리고 자율화라는 취지에 맞게 학교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해야하는데 자칫 과거의 경우처럼 전체적, 일률적으로 이의 실시를 강요했을 경우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교과별 수업시수 20% 증감의 문제는 학교의 실정과 학생의 실태에 따라 학교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해야지 증감이 필요 없는 학교에 까지 이를 강요한다면 이는 교육과정의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교과부에서 EBS 수능 강의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70% 이상 연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EBS 방송교육을 통해 사교육을 줄여보겠다는 취지라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70% 연계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일선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러자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구체적인 연계 방안’에 대해 “70%는 직접 연계율을 의미하며, 내용이나 원리 개념을 직접 활용해서 시험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각종 통계나 표, 그래프를 그대로 활용하고 지문을 축소하거나 확대, 변형해서 다른 문제를 내더라도 교재에 나온 문항을 이해하면 연관해서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설득력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수능 문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교육과정과 연계된 문제가 100% 나와야 옳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다시 말하면 연계의 의미는 배운 것을 낸다는 말과 같습니다. EBS 교재와 연계돤 문제를 출제한다는 말은 그러므로 EBS 교재에서 나온 문제에 근거해서 같거나 또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출제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수능 문제의 70%만 EBS 교재와 연계해서 내겠다고 했으니 그러면 학생들은 또 EBS 교재 밖에서 나오는 나머지 30%를 얻기 위해 사교육 시장을 돌아다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연계가 왜 EBS 교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수능 문제의 연계는 교육과정과 학교 교과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처럼 학교 교육만 충실히 받으면 수능 문제는 다 해결할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왜 안 되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수능 시험이 대학의 당락을 가름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는 이런 제도는 언제까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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