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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함께하는 아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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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함께하는 아침운동
  • 김광호
  • 승인 2010.04.0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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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여수 여양고 교사

중학생인 딸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너무 힘들다. 개방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많은 질문과 의문을 던지는 딸아이를 보면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곤 한다. 기성세대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에게 권위적일 때가 많다. 나도 여태까지 그렇게 생활했다.

매일 공부라는 단어를 주문하면서 출세라는 세속을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기를 직·간접적으로 종용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자날수록 아이와의 갈등은 깊어졌고 종종 대화까지 단절될 때가 있었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아이와 아침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공부보다는 딸아이의 습관을 고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아서였다. 딸아이를 서재로 불러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결국 우린 아침 운동을 하기로 굳게 약속했다. 그런데 딸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가능할 지 걱정이 앞섰다. 딸아이가 아침운동을 꼭 해보겠다고 해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나는 그나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몸에 습관화됐고 딸아이와 약속이 아니더라도 오래 전부터 아침운동을 하고 있었다. 5시 50분 쯤 딸아이를 깨웠다. 역시 처음 일이라 쉽지가 않았다.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안타까움이란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딸아이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때론 냉정하게, 때론 인내하면서 순간순간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처음에 딸아이는 일어났다가 다시 잠 들어버렸고, 심한 짜증도 냈다. 나는 이런 언행이 무의식중에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수록 냉정하게 딸아이를 깨웠다. 그리고 딸아이가 운동복을 입는 동안에 거실에서 사과 한 쪽을 깎았다.

방문을 나오는 아이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처음에서 먹기 싫어하더니 언제부터인가 맛있다고 사과를 꼭 주라고 한다. 현관문을 나서면 우리를 배웅하는 것은 아파트 주변의 가로등 뿐 온 세상은 침묵에 휩싸여있다. 산중턱에 있는 약수터를 가려면 가파른 시멘트 계단을 통과해야 했다.

급경사 길이라 아이에겐 힘들었는지 쉬었다 가자고 야단이어서 보조를 맞추었다. 한 숨을 고른 후 약수터를 향해 어슴푸레한 산책로를 걸었다. 딸아이는 조금 무서웠는지 내 곁에 가까이 다가와 손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쏟아놓았다. 나도 이에 맞장구를 쳐 주며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주었다. 더불어 나의 고민거리와 사회 돌아가는 현상도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었다.

주변 일상사를 이야기 하다 보면 어느새 약수터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운동을 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마냥 즐거워했다. 나 또한 딸아이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해졌고 만면에 웃음꽃이 번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라 걷기가 한결 쉬웠다.

딸아이가 집에 도착하면서 "아빠 정말 아침 공기가 상쾌하네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집에 도착한 후 출근(등교) 준비를 위하여 각자 바삐 움직였다. 7시 5분 쯤 식탁에 앉아서 오순도순 식사를 했다.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집사람의 얼굴도 한결 가벼워보였다.

딸아이와 아침 운동을 같이하다보니 집에서 느낄 수 없었던 친밀감이 생겼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의 장이 만들어졌다. 한 달 전만해도 딸아이를 깨우는 일부터 밥 먹는 일까지 아침마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딸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었고 양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딸아이는 짜증을 냈다.

아직까지는 딸아이의 습관이 미완성이며 진행 중이다. 이 시점에서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해라’가 아니라 올바른 삶의 습관을 몸소 실천하면서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아이가 꿈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 교사인 아빠의 최고의 뒷바라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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