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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숨어 있는 두발 달린 짐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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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숨어 있는 두발 달린 짐승들
  • 류제경
  • 승인 2010.04.0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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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같은 물을 마셔도 소가 마시면 우유를 만들지만 뱀이 마시면 독을 만든다’라는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그 적절한 예로 ‘인성교육’과 ‘학력’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학력은 ‘무엇을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그 ‘무엇’을 결정하는 것은 ‘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손재주는 학력이라면,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냐는 것은 인성이 결정합니다. 뛰어난 기술자가 그 누구도 열 수 없는 자물쇠를 만들지만, 동시에 그 정교한 자물쇠를 여는 금고털이범도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교육에서 학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인성교육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인성은 독을 만들기도 하고 약을 만들기도 하는 이중적 역할을 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은 이제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거나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것처럼 인터넷의 일반화로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온갖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중독된 부모가 어린 자녀를 방치하여 결국 죽게 만든 사건은 인터넷 부작용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네티켓 교육은 인성교육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할 부분일 것입니다. 최근에 부산에서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범인을 두둔, 지지하거나 변호인단 선임을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자는 의견이 제시되는가 하면 범인을 지지하는 카페까지 개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 자행되는 이런 범죄적이고 잔인하며 반인륜적인 행위로 인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지 모릅니다. 그들 중에는 그러한 무언의 압력을 감당하지 못하여 자살까지 감행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침몰된 서해 천안함 속에는 아직도 우리의 젊은 아들들이 갇혀 있습니다.

어둡고 찬 바닷속에 잠겨 있는 그 아들들을 생각할 때 우리의 가슴이 이토록 미어지는데 가족들의 심정이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에 잠겨 있을 것입니다. 그 가족들은 지금 자기 자식들의 구조에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볼 수 없다며 차마 인간으로서는 하기 힘든 뼈를 깎는 숭고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들은 구조보다는 인양에 힘써 달라며, 이제 자신들은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으로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울리는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 떠돌고 있습니다.

‘개인연금에, 보상금에 가족들은 완전 대박 났다, 부럽다, 로또 맞았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인터넷을 무기로 이토록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 자들이 인간이라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인성은 과연 염색체들이 어떤 조합과 배열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접하면서 학교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의 생활화에 따른 네티켓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인사 잘하는 학생이 더 필요한 시기임이 틀림없다는 그런 절박한 심정을 가져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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