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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공개, 정치적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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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공개, 정치적 산물
  • 안용호
  • 승인 2010.04.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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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올해부터 수업을 맡고 있는 교사는 1년에 4회 이상 의무적으로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학기별 2회 이상 수업공개’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과자문회의는 지난 6일 일선학교 교사들이 수업하는 내용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온라인 수업공개는 학사모 대표의 즉흥 제안으로 이루어졌으며 대통령이 즉시 검토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원근 학교자율화추진관이 지난 6일 오후 교과부 기자실에 들러 교과자문회의의 건의 내용에 대한 교과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수업내용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횟수나 시기 등을 정할 수는 없고, 1년에 1회 정도 시․도 정보원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지 적극 검토해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혀 교육계 안팎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얼핏 들으면 좋게 들리지만 자세히 보면 학교현장의 실태와 교육현실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선 교사는 수업을 공개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업 공개 여부를 떠나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사실 수업의 평가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교과마다 지식의 습득 경로가 다르고 교실마다 수업 변인의 실태가 다 다른 입장에서 잘 한다, 못 한다를 평가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이 된다. 그렇더라도 교사의 수업력이 올라가고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된다면 억지로라도 공개해야 마땅하겠다. 여건이 안 되면 여건을 만들어서라도 공개를 해야 하겠다. 이유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효과에 비하여 오히려 갈등이 조장되고, 보여주기식 수업을 구상할까 싶어 걱정이 앞선다. 학부모들이 수업을 평가한다고 하지만 전문적인 교사도 20년 정도는 되어야 교과 수업을 보는 눈이 트이는데, 수업을 보는 안목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선 내 자식 발표 잘하는가 보느라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수업 공개 횟수도 문제다. 직원이 60명 정도 되는 학교에서는 240회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 이 정책을 주도한 사람은 1, 2회는 너무 적고 10회는 많으니 4회가 적당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졸속으로 처리했다고 지탄하기에 앞서 가을철 깃털처럼 가볍게 처리했다는 것이 염려가 될 뿐이다.

온라인 수업 공개의 경우, 교사 수업의 일부만을 촬영하고 편집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형식인데 이것은 수업의 연구가 아니라 1회용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을 준비하느라 수업은 자습이 늘 것이며, 생활지도상의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될까 걱정된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이다. 동영상 촬영과 편집 작업, 그리고 온라인 시스템 구축은 많은 재원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전국 교사의 공개수업 동영상을 올리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생각해보고 그 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적절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학교수업의 온라인 공개를 서두르지 말고 교육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교사 스스로 수업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학교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교사가 긍지를 갖고 가르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해 주어야 한다.

교육의 개혁은 ‘교과 교육을 어떻게 잘 할 것이냐’에 맞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자들이 어떻게 스스로 공부를 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맞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의 것은 우리나라의 일이고, 뒤의 것은 핀란드의 경우다.

사실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은 교과교육에 맞추어지지 않은 점이 많았다. ‘국어는 언어능력 신장을 위하여 이렇게 지도하라, 수학은 문제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쳐 지도하라, 과학은 과학적 탐구능력을 이렇게 길러라, 사회는 사회 가치 탐구를 이렇게 지도하라, 음악은 음악성을 이렇게 높이고, 미술은 창조적 표현력을 이렇게 길러라’라고 가르쳐주면서 좋은 교수학습 자료를 주거나 교원연수를 집중적으로 시키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교육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교육은 본질상 이상적이고, 비권력적이나 정치는 현실적이고, 권력적이어서 교육은 정치에 중립을 지켜 왔다. 그러나 1995년 5·31 교육개혁안 발표 이후부터 교육은 정치의 바다에 빠져버렸다. 정당이 교육문제에 깊이 개입하면서 교육정치를 촉발시켰다. 무상급식문제나 온라인 수업공개 등은 정치적 산물로 보인다.

교육은 교육자에게 맡겨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온라인 수업 공개같은 즉흥적인 사안에 대하여 교육적으로 면밀히 분석한 후 불가함에 대하여 모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사들이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다. 교과부는 이제라도 교원평가에 대하여 시도 교육청에 일임하거나 단위학교에 위임하는 등 수용가능성 높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학교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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