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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목련은 장애수(障碍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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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목련은 장애수(障碍樹)입니다
  • 정영희
  • 승인 2010.04.1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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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소호초 교감

우리 학교 목련은 지독한 고통을 앓고 있는 장애수다. 굳이 말하자면 후천성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올해도 목련은 장애를 딛고 환하게 꽃을 피웠다. 목련은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꽃샘추위 속에도 개화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바라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하늘로 마음껏 뻗어나가야 할 가지가 몽땅 톱날에 토막 났기 때문이다. 탐스럽게 피어야 할 목련꽃들이 피기도 전에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무를 자르는 일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학교 목련에게는 이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무한대로 힘차게 뻗어가야 할 가지가 매년 자란만큼의 높이를 예리한 톱을 위해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일홍이 그렇고, 향나무, 앵도나무, 꽃사과 등도 같은 처지다.

아예 나무 그늘을 없애려는 누구의 심통인지 모르겠으나 그 결과로 아이들은 뙤약볕에서 갈증을 달래는 일만 생겨났다. 한여름 도심의 아스팔트를 식혀주는 플라타너스는 상점의 간판이나 신호등을 가로막는다며 무참하게 잘라버려 몸뚱이만 지탱하고 있는 흉물스런 풍경을 종종 목격한다. 아예 싹까지 잘라버려 전봇대인지 가로수인지 분간이 안 되는 때도 있다.

간판은 옮기고 신호등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도 될 일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나 가꾼 사람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일이다. 숲이 아름다운 건 사람의 인위적인 손길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피톤치드 향기 때문에 삼림욕장이 인기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또한 암치료 효과가 있다며 편백나무 숲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쭉쭉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편백나무의 우듬지를 볼 때마다 우리 학교 목련이 가엾어진다.

학교에 있는 나무들도 필요에 따라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분별없이 자르는 일은 나무의 생명력을 좀먹는 일이라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꾸는 아이들도 나무와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적당한 전지(剪枝)와 거름은 득이 될 수 있으나 무분별하게 잘라내어 몽둥이만 남겨놓는 일은 화가 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할 일이다.

내년 봄에는 새 가지에서 탐스럽게 피는 목련꽃을 기어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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