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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생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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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생존게임
  • 안용호
  • 승인 2010.04.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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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동물들은 어떻게 살까? 상대의 욕망을 파악한 뒤 유인하고, 상대를 방심하게 만든 뒤 접근하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동물들의 기막힌 생존게임을 보면 그 기상천외함에 놀라고, 지능적이고 매혹적인데 안도한다. 자연스레 인간 사회가 중첩된다.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했던 그들의 삶을 살펴보자.

남아메리카의 군대개미는 서로 서로 몸집을 맞대고 연결하여 살아 있는 둥지를 만든다. 둥지는 많게는 2백만 마리로 구성되는데 새끼들이 태어나 배가 고프면 전 둥지는 수백만 군사를 거느린 거대한 부대로 변한다. 약탈하고 살육하면서 정글을 누비며 커다란 죽음의 양탄자로 변하는 것이다.

15m이상의 넓은 전선을 구축하고 전진하면서 생물을 덮치는데, 이 때 진군해 오는 개미 부대를 피해 비명을 지르고 달아나는 곤충과 작은 생물들의 소리는 콩 볶는 소리가 난다. 군대개미는 한 시간에 3천 마리를 살육하고 한번 이동하면 약 3만 마리의 딱정벌레와 기타 벌레, 거미와 전갈을 노획한다. 특이한 먹이 사냥이다.

일본의 해오라기는 공원에 있는 잉어를 사냥할 때 놀랍게도 인간이 흘린 빵 조각을 이용한다. 연못 속 잉어가 ‘곱게’ 사육될 때 먹던 사료에 대한 욕망을 노린 전략이다. 잉어는 과거의 풍족한 한때를 떠올리며 수면에 떠다니는 빵조각을 잽싸게 문다. 물가에 있던 해오라기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잉어를 집어 문다. 해오라기는 빵조각이 자신과 먼 곳으로 흘러가면 다시 물어다 놓기도 하고 다른 새가 빵조각을 먹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몰락한 귀족의 욕망’을 노리는 것이다.

영국의 북방족제비는 먹잇감인 굴토끼보다 느리지만 사냥에는 문제가 없다. 굴토끼는 몸집이 더 크기 때문에 북방족제비가 눈에 띄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몇 번만 깡충깡충 뛰면 도망갈 수 있다. 북방족제비의 사냥전략은 ‘허점 보이기’이다. 토끼가 볼 수 있는 먼 지점에서 혼자 제주를 넘고 꼬리를 잡고 뱅뱅 돌기도 하고 풀밭 위를 구르며 지그재그로 마구 뛰어 다닌다.

토끼는 북방족제비의 이상한 행동에 풀 씹는 것마저 중단한 채 쳐다본다. 미친 듯한 북방족제비 구경에 넋이 나간 사이 그가 접근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족제비가 토끼의 목덜미를 무는 순간이 돼서야 나머지 구경꾼 토끼들은 쏜살같이 도망친다. 위장전술을 쓰는 것이다.

히말라야 아시아흑곰은 인도 엘크사슴을 사냥할 때 중후한 곰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은 전략을 쓴다. 아시아흑곰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 눈밭을 굴러 내려간다. 눈이 달라붙어 점점 커지는 눈공으로 변신해 사슴 떼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서는 갑자기 튀어나와 작은 눈사태를 미처 피하지 못한 사슴을 덮친다. 사람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네시아 바다의 군도에서 사는 흉내문어는 위장과 숨기의 대가이다. 문어의 피부에는 특별한 색소세포들이 있고, 미세한 근육 고리로 이 세포들을 임의로 작동시킬 수도 있고 끌 수도 있다. 흉내문어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뱀’으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또 공격자들의 턱을 경직시키는 분비물을 배출하는 ‘흘림도다리’로도 변한다.

어떤 때는 ‘라이언피시’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뿐 아니라 반대로 다른 동물들을 유혹하고자 할 때도 이용한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유령게로 변신하여 있으면 유령게들이 진짜 유령게로 알고 가까이 온다. 문어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유령게를 잡아먹는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사막데스애더는 세계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뱀 중 하나로 호주 서부 오지의 건조한 사막에 산다. 어머니 자연이 사막데스애더에게 부여한 꼬리 활용 능력은 가히 기상천외하다. 모래 속에 몸을 파묻고 꼬리는 모래 위로 삐쭉 내어놓고는 꼬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어쩔 줄 모르고 버둥대는 애벌레처럼 보이게 한다. 때 마침 이곳을 지나는 파란혀 도마뱀이 벌레로 알고 다가가는 순간 쥐 2천 마리를 죽이고도 남을 독침을 맞아야 한다.

이 외에도 날씨가 나쁠 때를 대비하여 철조망 울타리에 사냥한 노획물을 끼워놓는 붉은등때까치, 위장술로 흰개미를 잡아먹는 노린재, 땅 속에서 흑진드기를 잡아 먹는 별코두더지, 혀로 먹이를 사냥하는 카멜레온, 전복을 돌로 깨는 해달, 10cm 깊이의 눈 속 밭쥐를 잡아먹는 가면올빼미, 집의 외피에 구멍을 뚫고 풀줄기를 그 안에 쑤셔 넣어 흰개미를 잡아먹는 침팬지, 불이 붙은 나뭇조각을 떨어 뜨려 불을 내고 달아나는 쥐, 도마뱀, 메뚜기를 사냥하는 솔개 등 아주 다양하고 기상천외하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습기 많은 바람을 향해 있다가 물방울이 맺히면 받아먹는 나미브 사막의 딱정벌레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의 한 면을 보여준다. 동물들은 이처럼 절대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각자 나름대로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구촌은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파헤치고 파괴하는 것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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