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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바라본 교육,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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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바라본 교육, 답답하다
  • 류제경
  • 승인 2010.04.23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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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교육행정가 또는 교육정책 입안자의 자질이나 조건으로 교단 경력, 학생지도 경험 등 교육 분야에서의 전문적인 식견을 두루 갖춘 사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시각은 교육계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일반이 대부분 동의하는 사실입니다.

전문가 집단인 법조계의 경우를 들어보더라도 법률가 출신 아닌 사람이 법정책의 포스트에 선 사례는 없었습니다. 교육계도 법조계와 똑같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집단입니다. 어떻게 보면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은 교육이므로 교육의 전문성이 더 높이 평가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교육계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교육과 무관했던 사람이 교육정책 포스트에 서서 교육을 멍들게 하고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키곤 했던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습니다. 교육 경험과 교실 현장 상황에 터하지 않고 이론적, 학문적, 주관적, 탁상공론식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그 입안자의 퇴장과 함께 용두사미가 되거나 시행착오의 전형이 되어 사라지고 마는 사례를 우리는 그동안 많이도 목격해 왔습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골격이 수시로 달라지고 너무 쉽게 바뀌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합니다.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두 가지 점을 두고 봤을 때 이것은 교육전문가의 시각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첫번째는, 근래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학교장 중심의 학교 경영을 강조하는 이른바 학교 자율화 방안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율화 내용을 학교의 실정을 감안하여 학교장이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해야지 모든 학교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적인 사항으로 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운영함에 있어 20% 범위 내에서 학교별 특성에 맞게 증감 운영을 허용하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증감 운영을 하고 있느냐를 각종 평가의 지표로 활용했을 경우, 그럴 필요가 없는 학교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됩니다. 생각건대 이러한 것은 일반 행정가나 정치가의 시각이지 교육 전문가의 시각은 아닐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요즘 현장의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교장공모제에 관한 것입니다. 교직은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명예와 자존심을 생명처럼 여기는 분야입니다. 교원이 명예를 잃은 순간 학생과 학부모는 교원을 신뢰할 수 없고 그러므로 거기에는 어떠한 교육도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교원의 명예는 교육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교원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지켜져야겠지만 더불어 가정과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력과 정책적 배려도 필요한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발 교원 비리로 인해 촉발된 교장 공모제의 확대 실시가 현장에서는 가장 우려했던 모습으로 변질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장공모제의 과정과 절차가 확정되어 공시된 것은 아니지만 예상컨대 특정 학교를 지망한 여러 사람의 교장후보자들을 두고 학교운영위원회와 지역의 주요 인사들이 심의하여 추천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학교 최고 경영자인 교장의 전문성을 일부 비전문가들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평가할 것이며(말만 잘하는 사람이 선정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여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깊숙이 흐르고 있는 학연과 지연, 혈연 사상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하여 현장 교원들은 일반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교가 폐교로 사라져 버려 이젠 갈 데가 없어졌다고 한탄하는 교장후보자들의 목소리는 차치하고서라도 교장이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학교 경영을 할 수 있는 풍토가 과연 조성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교원의 명예 특히 최고경영자의 명예와 자존심은 어떻게 될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기만 합니다.복수의 지원자가 있으면 그 중에서 가장 능력 있는 자를 골라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공모제의 원칙은 바람직스럽고 타당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에 급진적인 시행보다는 점진적인 도입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이것 역시 교육 현장의 정서와 풍토를 잘 알고 있는 교육전문가의 시각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깊이 드는 것입니다. 어느 동료는 교원들도 이젠 정치인의 노하우를 빨리 배우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라는 푸념 섞인 말을 합니다. 왠지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교육계에 대중영합적인 포퓰리즘이 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교원이 명예와 자존심을 잃으면 우리의 교육은 황폐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잘못된 교육자들의 소행으로 인해 공교육을 그리고 모든 교육자를 지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어려웠던 우리 조국을, 굶주렸던 우리 민족을 구해 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교육이었습니다.

잘 보호하고 알뜰히 키워 가야할 우리들의 소중한 자산으로 교육을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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