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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먼저 본 자의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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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먼저 본 자의 몫이 아니다
  • 정영희
  • 승인 2010.04.27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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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소호초 교감

디카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봄철 야생화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강원도 동강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서만 자란다는 희귀식물이자 멸종위기 보호종인 동강할미꽃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무참히 꺾인 뉴스를 접했다. 이유인 즉, 다음 사람의 사진 촬영 방해를 위해 꽃대까지 끊어버렸다는 것인데 이러고도 디카사진 애호가라는 명함을 달고 다닐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모임들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남획되고 개발되는 난개발 현장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보호활동을 전개하거나 생태교육활동으로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야생화의 이해를 돕고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한다고 한다. 또한 취미활동 삼아 야생화를 찾아 그리는 생태화가들의 모임도 활발하다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한다한들 함부로 뽑거나 꺾는 등의 상식 밖의 활동이 일부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야생화를 꺾거나 채취하는 일은 말려야 할 일이다. 흙이나 낙엽을 긁어내는 일도 금해야 할 일이다. 수분 공급을 차단시켜 말라 죽게 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야생화가 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야생의 속성을 잃게 하는 일이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버려져 있지도 질긴 생명력으로 꽃을 피우기에 야생화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베란다에 옮겨 본다한들 십중팔구 시들어 죽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동네에서 가까운 뒷산을 올라간 적이 있었다. 정상부근쯤에 원추리 군락이 보였다. 6, 7월이 되면 노랑꽃을 활짝 펴 보일 것이다. 그런데 새순이 고사리처럼 꺾여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나물이라고 채취했다 버린 것인지 아니면 동강할미꽃처럼 고의로 뜯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곁에 피어있는 각시붓꽃이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기적이며 무모한 손에 의해 잘려나간 원추리를 보며 산을 내려왔다. 도심의 불빛들이 하나둘씩 환하게 켜지는 시간이었다. 잘려나간 들꽃들의 신음소리가 바람으로 환치되었는지 거칠게 윙윙 불어댔다. 무지하게 야생화 잎을 자르고 뿌리를 뽑아버린 사람들의 뒷모습을 향해 야생화들이 퍼부어대는 원망의 절규일성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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