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교육감 후보들, 투표용지 게재순서 추첨 '희비 갈려'
상태바
교육감 후보들, 투표용지 게재순서 추첨 '희비 갈려'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0.05.16 2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김영수 후보, 전남 장만채 후보 '신의 선택 받아'

14일 오후 6시, 광주·전남선거관리위원회가 위치한 광주 서구 치평동 일대는 때 아닌 환호와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2층에서 실시된 광주교육감 후보들의 투표용지 게재 순서 추첨에서는 김영수 후보가 '2번 주사위'를 뽑고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4층에서는 진행된 전남교육감 후보들의 순서추첨에서는 첫 번째로 뽑은 장만채 후보가 '2번 주사위'를 집어들자 '장만채'를 연호하며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상 교육감은 정당 공천을 받지 않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이름만 표기한다. 추첨 결과에 따라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이름이 적힌다.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들의 투표용지 게재순서를 정하는 14일 오후에는 전국 시도마다 이처럼 지지정당에 따라 후보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민주당 기호인 2번을 연상케하는 두번째 주사위를 뽑은 후보가 일부 유권자들의 '묻지마 투표'덕을 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사위 2번이 뭐라고=오는 6월 2일 주민직선으로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는 '로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래서 투표용지에 특정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킬 수 있는 순위를 뽑는 일이 가장 큰 '선거운동'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이날 추첨은 교육계는 물론 일부 관심있는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오후 5시 무렵부터, 하나 둘 교육감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광주·전남선거관리위원회에 모여들었다. 이날 추첨현장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도 장사진을 이뤘다. 추첨을 앞두고 선관위 2층 사무실에 마주앉은 5명의 광주교육감 후보들은 입이 타는지 선관위 직원들에게 물을 달라고 요구했다. 선관위 직원들과 기자들이 긴장을 풀라고 주문해도 후보자들의 굳은 얼굴에는 웃음기를 찾기 어려웠다.

김경택 전남교육감 후보와 악수를 나눈 기자가 후보자의 손에 흥건하게 땀이 고여있는 것을 확인하고 "긴장하지 마시라"고 덕담을 건네자 김 후보는 "컨디션이 좋은 날, 땀을 많이 흘린다"고 특유의 농담으로 받아 넘겼다. 신태학 후보와 서기남 후보, 윤기선 후보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비교적 늦게 도착한 김장환 후보는 애써 긴장감을 표현하지 않으려 했고 가장 늦게 도착한 장만채 후보도 긴장감을 감추기 어려운 듯 했다.

추첨에 목매는 제도 확 바꿔야=2번째 순서를 뽑고 난 후 기자를 만난 김영수 광주교육감 후보는 "너무 좋다. 유권자들에게 (2번째 순서를)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고영을 후보가 첫번째, 장휘국 후보가 3번째, 이정재 후보가 4번째, 안순일 후보가 5번째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광주교육감 선거는 김영수 후보가 2번째 순서를 뽑긴 했지만 지지율이 낮아 전체적인 선거판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김 후보가 민주당 바람을 어떻게 득표력으로 연결시킬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 후보도 2번 주사위를 뽑고 난 직후 기자들에게 "이번 추첨에 관계없이 승기를 잡았었는데 이젠 확실한 승리를 자신한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햇다. 김경택 후보가 첫번째, 신태학 후보가 세번째, 윤기선 후보가 4번째, 곽영표 후보가 다섯번째, 서기남 후보가 여섯번째, 김장환 후보가 일곱번째로 투표용지에 이름을 게재하게 됐다.

이처럼 교육감 후보들이 투표용지 게재순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우선, 지역별로 지지정당이 확연하게 갈리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정당공천 기호(한나라당 1번, 민주당 2번, 자유선진당 3번 등)를 연상시키는 투표용지 게재순서에 따라 읍·면 지역에선 지지율 15%, 시지역에선 10% 정도 오르락내리락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를 번호만 잘 뽑으면 ‘한 방’에 교육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로또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같은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지는 것과 관련, 일각에선 교육감 선거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직선제로 하더라도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라든지, 아니면 대통령 임명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전남의 한 유권자는 “4년을 책임질 교육감이 이렇게 로또 추첨으로 당락에 영향을 받는다니 정말 걱정된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학부모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오는 6월 2일 실시되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 용지는 흰색, 교육의원 용지는 연두색이다. 선거법에 따라 교육감 후보는 정당에 소속될 수 없고 정당 지원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투표 용지에는 소속 정당이나 기호가 표시되지 않고 추첨 순서에 따른 이름만 명기된다. 용지에는 ‘교육감·교육의원 선거는 정당과 관련이 없다’는 문구가 들어간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