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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 내 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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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 내 노래가 없다
  • 정영희
  • 승인 2010.06.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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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소호초 교감

노래방에 내 노래가 없다. 누를 번호가 없다. 아니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다. 음악은 어떤 쟝르든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문화의 한 부류이기에 청바지에 통기타를 좋아했던 세대들은 발라드 계열의 노래들을 따라 불렀던 때가 있었다.

지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행사장에서 운동권 가요 때문에 엄숙히 치러져야 할 추념식이 두 동강이 난 채 개최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를 일이지만 아직도 경직된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한 일부 기성세대들의 고착화된 신념에서 나온 것은 분명하다.

어느 회식 자리에서 한 친구가 자못 획기적인 제안을 들고 나왔다. 요즘 TV에 자주 출연하는 가수 이름과 노래 한 소절이라도 부르는 사람에게 자기가 한 잔 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순간, 와! 하는 탄성과 함께 좌중은 찬물 끼얹듯 조용해졌다.

노래는커녕 곡목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기 때문이었다. 어떤 친구가 젊은 가수 몇몇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곡목이나 가사 한 줄도 외어 부르지는 못했다. 세대차이가 극복할 수 없는 과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린 너무 몰랐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아예 관심마저 갖질 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누굴 탓할 일도 아니었다. 모르는 게 아니라 변화를 따르지 못한 것이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적극적인 변화의 모색보다 그냥 이대로도 마냥 좋다는 뜻일 게다.

학교현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장공모제 실시부터 교원평가까지 자고 나면 달라지는 게 요즘 학교문화다.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평가가 그렇고 교원성과급이 그렇다. 어느 하나 발 뻗고 편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없다.

교육현안의 경중을 떠나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는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틈도 없이 각종 정책들이 쏟아진다. 어느 모 교육감 후보는 교사 정원의 10% 퇴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내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 그러니 흘러간 노래 한 곡으로 분위기를 잡으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 노래가 없다.’라고 푸념하기 전에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노래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적금을 든다. 팬클럽 회원끼리 공연이 있는 곳마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한다. 그러니 내 노래가 없다고 노래방 기계만 탓하고 있는 우리가 그들에게는 시대착오적인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비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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