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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읽는 세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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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읽는 세상 만들기
  • 정영희
  • 승인 2010.06.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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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소호초 교감

칸영화제(Festival de Cannes)에서 이창동 감독의 시(詩)라는 제목의 영화가 각본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얼마 전에 전해졌다. 영화인이라면 모두가 한번쯤 꿈꾸는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건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영화계의 일대 쾌거였다.

그가 감독한 작품은 모두 흥행과 영화평론에서도 극찬을 받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더욱 국내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비 지원도 받지 못한 영화가 해외에서는 쟁쟁한 감독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부 영화관의 지나친 상업주의 때문에 개봉관을 확보 못해 영화 매니아들의 관람권까지 박탈시켜 버렸던 일도 관계자들은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시(詩)’라는 영화는 미자라는 다소 엉뚱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극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감성적인 한 여인의 시선을 통해 왜곡된 사회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로 작품성에서 참석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내가 이창동 감독을 만난 것은 이십대 시절 소설문학이라는 문학잡지를 통해서였다. 그는 이미 청년시절부터 현실참여적 문제소설을 쓰던 소설가였고 전직 국어교사였다. 이미 그의 능력은‘박하사탕’ ‘밀양(密陽)’이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그의 능력을 이미 간파했는지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는 문광부 요직에 중용되었던 사람이다.

냉철한 이성과 지식이 횡행하는 사회는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띠게 마련이다. 요즘 학생들 역시 학교성적에만 매달리다 보니 시 한편 소리 내어 읽어보는 여유조차 갖기 어렵다. 국어시간에도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감성지수가 인간의 행복지수와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통계가 있다. 감성이 풍부한 학생은 다른 학생들보다 친구관계에 있어서도 비교적 우호적이고 허용적이어서 배려와 양보와 타협을 주요 덕목으로 가르치는 인성교육에서도‘시낭송’지도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詩) 지도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기에 학생도 그렇고 지도하는 선생님도 꺼려할 수 밖에 없다. 시(詩)는 감정의 표현이고 이미지의 형상화이다. 굳이 시(詩)를 만들기 위해서 시를 지도하는 일은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시를 멀어지게 하는 일이다.

시(詩)가 되었든 동시(童詩)가 되었든 자신이 좋아하는 시 한편을 찾게 해 보자. 그리고 느낌이 좋은 시를 찾아 몇 번이고 소리 내어 낭송하게 해 보자. 신록이 짙어가는 유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시의 행간에서 푸른 하늘을 노래하는 학생들이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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