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장휘국 교육감 당선인 "광주교육 짙은 안개 걷힐 것"
상태바
장휘국 교육감 당선인 "광주교육 짙은 안개 걷힐 것"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0.08.30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외고 설립 반대·자사고 기숙사 증축비 지원 재검토 할 것

6.2일 지방선거, 그리고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른 첫 민선 교육감. 평교사 출신 교육감. 개혁성향의 진보 교육감. 광주시민추대 교육감. 장휘국 교육감 당선인을 뒤따르는 수식어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되고 있다. 교육현장인 학교를 방문하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리) 휘국이 형’으로 통한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국민 선생님’이라고 호칭된다.

과거 전교조 선후배들 사이에서는 검소하다는 표현의 ‘장국’으로, 고등학교 학창시절에는 키가 작았던(?) 탓에 ‘영원한 1번’으로 회자되었다. 교육감 당선인 신분 5개월 중 그 절반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 당선인은 만나 그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저를 포함한 언론관계자들은 신분상 당선인이라고 부르지만, 많은 시민들이 교육감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실감하고 계신지요.

=당선 후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실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광주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 교육감들이 7월 1일자로 취임식을 가졌습니다. 이후 다른 지역 진보교육감들께서 현 정부와 교과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아낌없는 충고와 비판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광주 역시 그 분들과 함께 보조를 맞춰주고,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어느덧 시간은 흘러 취임까지 2개월 보름 남짓 남았습니다. 4년간의 교육정책을 완성하기 위한 세심한 준비계획을 세움과 동시에 교육현장인 학교방문,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가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어린 충고 부탁드립니다.

광주시민과의 소통의 장인 ‘시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이 두 번 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행사의 취지와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듣고 싶습니다.

=광주시민들과 만나서 광주교육의 문제점과 제안하고픈 교육정책들을 가감없이 전해듣는 자리라고 할까요.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참석하다보면 평소 하고픈 이야기를 못하고 대다수의 시민들이 저의 얼굴만 보고 되돌아갈 수밖에 없기에 소규모 대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입니다.제1차 시민과의 대화에서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교안전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이어 2차 시민과의 대화에서는 중고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감 당선인에게 마음 깊은 곳에 꿈틀거리고 있는 생각들을 전해듣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생중심의 교육’을 외치고 있지만, 그것은 말 뿐이라는 것을 학생들은 다 알고 있더군요. 어른들은 아직도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가르쳐야 할 존재로만 여기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접하면서 가끔씩 깨달음이나 부끄러움을 느꼈던 경험을 갖고 계실 겁니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우리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소중하게 대해주면 학생들은 반드시 교사나 학부모, 그리고 친구들을 존중하고 배려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진보’와 ‘보수’에 구애받지 않고, 정부나 교과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아직 당선자 신분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지난 8월 10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정부 혹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무척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무상교육 실현과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초등학교와 중학교,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저소득층만의 선별 급식이 아닌 전면 무상급식을 반드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고등학교는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현재 10%에서 30%까지 무상급식 비율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2010년도는 초등학교, 2011년도는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 실시하겠으며, 필요한 재원은 광주광역시와 무상급식협의체를 구성하여 대응 투자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광주지역 5개구의 기초자치단체와 협의하여 각 해당 지역별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청과 지자체는 각각 무상급식 실현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라는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기에 매우 긍정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지원 미비로 매년 방학중에 발생하는 결식학생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 마련도 적극 나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소위 일제고사로 불리우는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당선자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와 같이 전국적으로 동일한 날짜와 시간, 장소, 평가 문항 등으로 실시되는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평가는 반대의 입장입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일제고사로 인하여 창의성 교육이 아닌 평가 대비 암기식 교육이 성행하고, 교과 위주의 보충수업 형태의 방과후 교육이 확대되는 등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정보공시를 통하여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공개되면 학교간, 지역간 교육격차가 드러나면서 학교 서열화 현상이 나타나고 교육격차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업성취도평가가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앞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하여 학업성취도평가가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시켜 나가겠습니다.

이번에 처음 실시된 교원능력개발평가제가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켰습니다. 정부에서는 처음 실시한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당선자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법적 근거도 마련하지 않고, 학교 현장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반대합니다. 특히 우리 교육이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교육 실패의 책임을 교원에게 몰아가면서 교원능력개발평가만 이루어지면 교육이 달라질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학교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하는 상황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추진해 나갈 것이며, 교원뿐만 아니라 교육정책을 입안 추진하는 교육전문직에 대해서도 평가를 실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국회에서도 교원능력개발평가 추진을 위한 협의체가 정상 운영되어 법적 근거도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체벌금지’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학생인권과 맞물려 교권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선자께서도 평소에 학생인권문제 해결에 많은 활동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급격하게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학교와 교실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상생과 배려의 공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정규교육과정을 경험하는 학생들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여 사회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일선 학교 현장은 교복 및 두발 단속, 체벌 등으로 교사와 학생간의 마찰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학생과 학생간의 학교폭력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광주학생인권조례를 제정, 교사와 학생이 인권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자세와 태도 등을 확립시켜 나갈 것입니다. 특히 이 조례에는 교사의 가르칠 수 있는 교권도 보장함으로써 학생의 인권과 상호 조화를 이루어 나갈 계획입니다.

현 교육청은 인재유출 방지를 이유로 외국어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선자께서는 외국어고 설립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다른 지역에서는 외고를 자사고로 전환시키는 등 점차 없어지는 추세인데, 광주에만 외고가 없다는 이유로 설립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와 다른 외국어에 관심과 재능이 많은 학생들이 분명히 우리 주변에 있을 겁니다. 이 학생들을 광주 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외국어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위해 ‘외국어영재교실’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육청이 ‘외국어영재교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학생들은 그러한 교육정책을 바탕으로 외국어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학교가 아닌 외국어를 잘 하기 위한 본래 목적의 학교와 인재를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경쟁교육으로 내몰고, 일반 서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비싼 외국어고 교육비, 그리고 광주만의 자랑거리인 고교평준화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교육정책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교육위원 신분으로서 마지막 임시회가 종료된 것으로 압니다. 8년간 교육위원으로서의 감회와 마지막 임시회의 안건인 추경예산 편성과 관련하여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교육위원으로서 지난 8년간 광주교육의 짙은 안개 속에서 혼자서 올곧은 길을 찾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도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 짙은 안개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여 자욱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지난 8월 9일 교육위원으로서 마지막 임시회를 끝마쳤습니다. 저 혼자만 반대를 했기에 아쉽게도 규정에 없는 3개 자사고(송원고, 숭덕고, 보문고) 기숙사 증축비(시설사업비) 약 68억원을 지원하는 꼴이 돼버렸습니다. 고등학교 기숙사의 목적은 타지역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인데,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집단화를 통해 학력향상을 강요하는 모양이 돼버렸습니다. 이러한 고등학교 기숙사를 신입생을 위해 또 증축하겠다는 것이 과연 논리에 얼마나 부응할 것인지는 취임 후 세세하게 살펴볼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당선 후 저는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취임준비위원회에서 기획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방문을 통해 평교사 및 학생들과 끊임없는 소통(일방적 의견 전달이 아닌)의 실천 및 광주교육정책에 대한 많은 의견을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들과의 소통’과 ‘교육가족과의 화합’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