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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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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정영희
  • 승인 2010.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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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소호초 교감

중추가절이다. 휘영청 보름달 아래 도란도란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여서 좋다. 핵가족 단위가 가족과 이웃 간의 단절을 더욱 심화시킨 세상에 이만한 소통과 즐거움을 주는 자리도 쉽지 않으니 누가 뭐래도 바쁘지만 기쁜 표정들이다.

무엇보다 푸짐한 밥상을 만나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 군소, 거북손, 톳, 성게, 검복이라는 패류 또는 생선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바닷가나 섬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뭍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것이어서 갈치나 고등어쯤으로 생각하면 낭패를 당할 일이다.

흔히 접하는 생선이 갈치나 고등어이다. 그러나 이 생선도 거문도에서 나는 맛은 가히 일품이니 먹어보지 못했다면 지금이 적기이다. 만원만 투자하면 된다. 섬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 건설현장 잡역부 등의 삶을 살다 돌아와 생계형 낚시를 하며 살고 있다는 소설가 한창훈을 만나는 일이다.

난 책을 통해 바다를 처절하게 사랑하는 소설가 한창훈을 알았다. 그가 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란 제목의 책으로『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부제가 붙은 수필집에서다. 코흘리개 시절 동년배 첫사랑 소녀를 인어로 치장하는 일에서부터 자신을 생계형 낚시꾼으로 묘사한 입담이 솔직하고 역설적이어서 재미있게 읽힌다.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이 책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생선들의 이야기로 먼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희귀 패류와 생선들을 정약전의 자산어보의 기록을 인용하여 비교해 가면서 맛깔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묻어나오는 비린내가 싫지는 않다.

추석 밥반찬으로 이만한 게 없을 것 같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맨 먼저 젓가락이 갈치나 볼락으로 갈 것이다. 섬에서 태어나 다시 섬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고독한 삶도 읽어낼 수 있다. 찾는 여행객에게는 바다가 삶의 활력소이겠지만 섬사람들은 파도와의 사투에 생존이 걸려있다.

광어와 도다리를 구별할 때 ‘좌광우도’니 ‘좌도우광’이니 다툴 필요도 없다. 눈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어도 뱀장어(민물장어), 갯장어(일명: 하모), 먹장어(일명: 꼼장어), 붕장어(일명: 아나고)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맛있게 조리해 먹는 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다.

밥상에 흔하게 올라오는 생선의 가짓수는 몇 되지 않는다. 이것마저도 가려먹는 아이들이 많다. 햄버거나 육류에 감염된 입맛 탓이겠지만 아이들의 욕구만을 따라가는 가정 식탁부터 고쳐봐야 할 일이다. 보름달을 보고 피자만을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올 추석에는 생선의 참맛을 느끼게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영희 교감의 홈페이지 www.jyh819.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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