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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 교육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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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 교육론
  • 안순일
  • 승인 2010.11.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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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일∥광주광역시교육감

강강술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민속놀이다. 어렸을 때부터 막내고모를 따라서 아랫마을, 윗마을 사람들이 함께 벌이는 강강술래 놀이 구경을 하며 그 춤사위와 흥을 나도 모르게 익혔다. 지역의 축제인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때 강강술래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중의 하나였기에 내 의식 깊숙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 후 교직에 몸담아 오면서도 교육현장에서 펼치는 강강술래 놀이를 접할 때마다 남다른 친근감을 느끼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강술래 놀이에 담겨진 심오한 뜻을 내 나름대로 생각하게 되었고 2006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개최된 입후보자들의 소견발표회에서는 '강강술래 교육론'을 외치게 될 만큼 나에게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의 비전을 깨닫게 해 주었다.

강강술래는 우리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면면히 지켜온 민속놀이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속 깊은 지혜를 깨우쳐 주고 있다. 첫째, 강강술래에는 배려와 평등사상이 담겨져 있다. 아랫집 처녀도 윗집 아낙네도 아랫동네 할머니도 윗동네 아저씨도 모두가 손잡고 동참할 수 있는가 하면, 도중에 잠깐 대열을 이탈했다고 해도 나무라지 않고, 낯선 사람이 대열에 끼어들어도 반갑게 맞아 주는 놀이가 강강술래다.

이와 같이 서로 배려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대접받는 강강술래 놀이에 담겨진 깊은 의미는 교육자들이 흔히 말하는 유교무류(有敎無類), 즉 '가르치는데 있어서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뜻과도 통한다. 둘째, 강강술래 놀이는 질서속에 소통과 화합의 장을 이룬다. 어느때는 아주 느린 동작으로 발을 맞춰야 하고, 또 어느 때는 아주 빠른 동작으로 손을 흔들어야 한다.

선창자의 지시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일심동체가 되어서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강강술래 놀이야 말로 소통과 화합의 장, 대통합의 한마당을 이루게 된다. 우리 생활에서 질서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고 소통과 화합은 사회발전의 발판이 되며 특히 교육가족들의 대통합은 교육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와 같이 소통과 화합의 원리를 찾을 수 있는 강강술래는 내가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합창리더십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006년 교육감 선거당시 유권자차 초중고등학교 운영위원들이었다. 그중 관내 교직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파벌이 조성되고, 파벌은 또다시 분열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래서 나는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대통합의 장을 열어가겠다고 약속을 했고,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강강술래 교육론'을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셋째, 강강술래 놀이는 자유로운 시간을 제공해 준다. 강강술래는 예로부터 한가위 보름달을 맞이하면서 즐겨온 놀이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날을 맞이하여 오랫동안 갖가지 농사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놀이마당이 곧 강강술래다. 특히 바깥나들이는 엄두도 못내고 오로지 시집살이에 짓눌려 살던 아낙네들도 그날 만큼은 엄격한 시어머니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니 강강술래 놀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데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완급이 있어서 휴식을 취하며 해야 한다. 집중과 선택은 생활이나 업무 추진에 있어서 기본원리다. 강강술래 놀이에 담겨진 여유와 자유는 오늘날 마냥 바쁘게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넷째, 강강술래 놀이는 민족 고유의 감성을 일깨워준다. 우리 조상들은 대개 생활의 통한을 슬픈 노래 가락과 함께 눈물로 시름을 달래며 살아왔다고 하는데 강강술래 놀이에도 희노애락과 삶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가……응…가……응 수……울……래 에……에"

진양조 장단에 가까운 아주 느린 가락으로 시작되는 선소리는 눈물겹도록 슬픈 감정을 불어일으키고 중모리를 거쳐 중중모리 가락에서 감정을 어느 정도 안정시켰다가 휘모리에 가까운 아주 빠른 가락에서 감정을 고조시킨다. 강강술래 놀이는 장단의 변화에 걸맞는 가사와 가락을 표현하면서 우리 민족이 지녀온 풍부한 감성의 끼를 일깨워 준다고 볼 때 민속놀이 중에서 백미가 아니겠는가.

"달떠온다 달떠온다/강강술래
동해동창 달떠온다/강강술래"

여성이 달을 바라보면서 농작물의 풍요와 가정의 풍요를 기원하는 둥근 마음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노는 강강술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의미심장한 놀이가 아닐 수 없다. 여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만든 둥근 원속는 자연과 인간이 골고루 풍요롭게 공존하기를 바라는 둥근 소망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동양적인 우주관에서 보면 세상만물은 불이(不二)이다. 둘이 아니라 하나 인 것이다. 생과 사가 하나요, 부와 빈이 하나요, 늘어남과 줄어듦이 하나요, 더러움과 깨끗함이 하나요, 자기와 타인도 하나인 것이다. 모든 것은 이 우주속에서 하나의 존재로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 강강술래야말로 불이정신을 가장 잘 내포하고 있는 것이리라. 원융(圓融)의 하나정신. 강강술래는 너와 나로 편가르기를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강강술래는 교육적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새로운 시대가 온다'에서 "다가오는 21세기는 감성시대로서 감성이 풍부한 우뇌족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고 예언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에서도 이제는 좌뇌중심, 지식쌓기 교육보다는 우뇌중심, 풍부한 감성교육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입시 일변도의 교육이 낳은 '누가 누가 잘하나 교육'에서 모두 함께 잘하는 교육'으로 교육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강강술래 놀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교훈이다.

배려와 평등사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결속과 화합속에서 자유를 만끽하게 하는 강강술래.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강강술래. 너와 나로 분열하지 않는 강강술래. 강강술래가 보여주는 것처럼 배우고 가르치자. 강강술래처럼 교육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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