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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체·덕·지'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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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체·덕·지'여야 하는가
  • 안순일
  • 승인 2010.11.0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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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일∥前 광주광역시 교육감

2007년 전문직 임명장 수여식때 전남대 의대 정선식 교수를 초청하여 하모니카 연주를 듣게 되었다.

정 교수님은 미생물학자로서 비브리오 폐혈증에 대한 최고 권위자인제 60세가 넘어서 하모니카를 기막힌 연수 솜씨를 자랑하고 있다. 연주 후에 그분에게서 들은 말이다.

정 교수님은 학생들이 제자기 되기를 원하면 5가지 심사 기준을 가지고 살핀다는 것이다. 첫째, "너, 무슨 운동할 줄 아니?"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운동 하나가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고 공부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둘째, "너 무슨 악기 다룰 줄 아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음악은 정직하기 때문에 학문하는 기본 자세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미생물학의 적성도를 보고, 술집이나 음식점에 데려가서 종업원에게 일부러 무례를 범하게 해놓고 어떻게 대처하는 가를 본 다음에 성적을 마지막으로 살핀다는 것이다. 사람을 살피는 혜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 교수님의 다섯가지 심사 기준의 첫번째가 체력이다. 체력은 인간 모든 활동의 기본중의 기본인 것이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은 것을 잃은 셈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아주 평범한 것 같지만 삶의 진리가 담긴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호흡의 양식인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듯이 건강관리, 체력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교체육은 성장기 학생들의 체력관리를 위해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극히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체력은 바로 국력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시시때때로 들어온 말이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공염불이 되고 있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나 영국의 고등학생의 경우 주당 5시간 이상 정규 체육수업을 받고 있는가 하면 다양한 체육동아리 활동을 통해 강인한 체력관리에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 학생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특히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의 운동량은 극히 미흡하다. 그래서 비만 학생은 날로 늘어나고, 체구는 큰데 체력은 몹시 약한 허약아들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국영수 등 주지교과 중심의 입시위주의 교육이 낳은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어느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유학한 우리나라 우수한 학생들의 중퇴율이 44%로 세계 1위이고 유태인 출신 유학생 대비 4배라고 한다.

그 이유로는 첫째, 체력이 따르지 못하거나 둘째, 전광과목이 적성에 맞이 않는 경우를 들고 있다. 그래서 나는 교육감 취임과 동시에 체덕지를 주창하게 된 것이고 이는 흔히 지덕체라고 말하는 전인교육의 덕목의 순서를 바꾸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본래 지덕체란 용어는 1895년 대한제국 건립에 앞서 고종 임금이 반포한 교육조서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고종임금께서는 먼저 행실을 바르게 하는 덕(德)을, 둘째로 몸을 기르는 체(體)를, 셋째로 지혜를 닦는 지(知)를, 즉 덕체지라는 교육의 3대 강령을 제시했다. 그러다가 본래의 교육강령이 지덕체로 그 순서가 바뀌어 통용되어 온 것이라고 볼때 내가 제시한 체덕지의 순서도 오늘날 교육 현실에 비추어 볼때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학생들의 기초체력 관리를 위해 실내체조, 음악줄엄기, 걷기운동등 체계적인 체력증진 시책을 추진해왔고 특히 전국 최초로 실시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영체험프로그램 운영은 교육적으로 의의가 있고 그 성과도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수영은 어떠면 태아때부터 시작해서 90세가 넘어서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평생체력증진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수영장은 물놀이를 통해 아름다운 품성을 가꿀 수 있는 아주 좋은 교육의 장도 된다. 그래서 체육과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매 학년마다 5시간씩 수영학습을 이수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수영장 시설이 극히 열악한 광주시의 실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고 또한 체육교과, 특히 수영학습에 대한 관심부족으로 체육과 교육과정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은 사실이다.

체육과 교육과정만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학생들의 기초체력증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예컨대 초등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수영학습 시수는 20시간이니까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모든 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9학년부터 광주시 초등학교 3학년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내 10여개의 수영장을 최대로 활용하여 5시간의 수영체험학습 기회를 의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학생중심 체력증진 교육의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단위학교 또는 지역단위로 많은 수영장이 건립되어서 유초중등 학생은 물론 모든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체력관리 프로그램으로 수영체험 운동이 광주의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광주광역시가 체력과 덕성과 지성교육을 알차게 실현하는 전인교육의 메카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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