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교실 붕괴
상태바
교실 붕괴
  • 안용호
  • 승인 2011.07.07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선생님이 신이 나야 학생들도 신난다!”

무너진 교권에 분노한 70대 퇴임 교사 김광호씨가 위와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들고,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사회가 학생지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교사들의 기를 죽여 놓은 것을 보고 분통이 터져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쩌다가 우리 교육이 이 지경까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 신문사에서는 ‘교실이 무너진다’는 특집 기사를 내보내는 실정이다. 신문에 나오는 내용은 기절초풍할 정도다. 경남의 한 중소도시 중학교에서는 상담실에서 학생이 문을 잠그고 교사의 얼굴을 때렸고 입 주변에 중상을 입은 A교사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한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이번 학기 초 3학년 수업에 들어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버젓이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B교사가 주의를 주었지만 그 학생은 꿈쩍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A교사는 최근 수업 시간에 떠드는 6학년생을 꾸짖었다가 “씨 x” “병신 같은 x”이라는 욕을 들었다고 한다.

경기도의 중학교 B교사는 책상 위에서 자는 아이를 지도했다가 몸을 일으키며 “왜 그러는데? 내가 언제 잤다고? 그냥 엎드려 있는 것도 안 되나?”라는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전북 진주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 중에 딴 짓을 하는 학생에게 “집중하라”고 지적했다가 아이에게 머리를 세 차례 얻어맞았다. 학생은 “기분 나쁘게 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최근 잘못한 학생을 지도했다가 “씨 x” “님도 싸가지 없음” “니가 뭔데” 등의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경기도 파주시 K고교의 이모 교사는 학교 건물 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이군이 갑자기 “법대로 해” 하면서 달려들어 이 교사의 가슴을 때렸다고 한다. 교실의 붕괴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휴대전화로 인한 교실의 난장판도 상상을 초월한다. ‘수업시간 생중계’는 중고교생들에게 ‘신종놀이’가 되었다고 한다. 24일 오전 9시 30분경 인터넷방송 사이트 ‘아프리카’에는 ‘생방 수업 중, 시키면 다한다’라는 동영상이 떴다.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생중계된 것이다. 학생들이 교사 몰래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고 교사를 놀리는 장면이 여과 없이 다른 교실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교사에 대한 휴대전화 횡포가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교권추락이 말이 아니다. 경기도 한 중학교 A교사는 수업 중에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는 학생을 지도하다가 “때리시게요? 때려보세요, 때려봐!”라는 소리를 들었고 “때리면 찍자”라는 다른 학생들의 소리도 함께 들어야 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사는 수업 중에 뒤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소리를 듣고 참아야 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2학년 남학생이 수업 중인 여성 교사의 치마 아래를 동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미니 홈피에 올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여기에 맞을 것 같다.

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심각한지 영국에서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도 교내 휴대전화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11월 법으로 금지시켰다. 이렇게 교실이 붕괴되면서 통제불능의 상황에 빠진 것은 학부모들에게도 책임이 있어 보인다. 교사를 구타하고 고발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결국 고스라니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반기문, 김연아 같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자랑스런 한국인을 많이 기르려면 교육이 살아야 한다. 교육만이 대안이다. 교사를 벌주고, 학칙을 만들고, 휴대전화를 금지하는 것 등은 임시방편으로 보이고 효과가 없어 보인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교육은 교육자가 하게 하고, 선생님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린이 교육에만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선생님에게 권리를 주자. 책임도 묻자. 선생님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옳다고 하고 존경하자. 더 늦기 전에 선생님을 존경하는 풍토부터 만들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