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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 학교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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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 학교에 맡겨라
  • 안용호
  • 승인 2011.07.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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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교육과학기술부가 일부 학생들을 표본으로 실시해 오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모든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치루도록 하고, 학교별로 성적을 공개한지 올해로 3년이 됐다. 교과부는 기초학력미달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은 아주 다르다.

이유는 기초학력미달 커트라인이 20점 안팎으로 매우 낮으며 문제풀이 요령을 터득한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습부진이 되는 요인은 가정적 요인, 개인적 요인 등 복합적인데 평가 결과를 학교장 평가와 성과급 기준에 연동하므로 파행 운행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현장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실시하는 여러 시책들은 문제점이 너무 많다고 한다. 1학기 말에 치러지기 때문에 ‘진단’과 ‘대책’이 연계되지 못하고 학력향상 중점학교 예산 지원도 문제이며, 평가 결과에 따른 교수․학습 방법 개선인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별로 성적을 공개함으로써 경쟁을 부추기는 양상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건국대 박병부 교수는 “교사의 헌신에 기대는 정책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76년 미국의 사회과학자 도널드 캠벨은 “교사와 교육행정직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표준화된 테스트를 사용하는 것은 부정행위를 조장하는 환경”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학력향상이라는 시책을 가지고 너무 오래 교사를 다그친 나머지 부작용이 컸던 경험도 갖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지금처럼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3년간 학습부진아들에게 어떤 지원이 이루어졌을까. 학력향상형 창의학교로 학교당 평균 4600만원을 내려 보냈다. 1650만원에서부터 9800만원까지 각각 다르다. 충청지역 전교생 90명인 r초등학교는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일제고사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것 외는 달라진 것이 없다. 전교생 24명인 경북 ㄴ초등학교는 올해 4200만원을 지원 받았다.

학력향상형학교로 지정된 곳에 서울은 89곳으로 53억 2000만원을 지원했고, 경기도는 396곳으로 188억 1600만원을 지원했다. 이렇게 정부 지원이 ‘도 아니면 모’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도 모순이라며 교육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한다. 경희대 성열관 교수는 “학교와 학생을 시장에 내놓고 무한 경쟁을 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로는 완전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신념이다. 그런데도 공개 만능주의를 고수함으로써 40%의 학생들에게 열패감을 안겨주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장 평가 및 시도교육청 평가와 연계하는 것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천부평초등학교 구자숙 교사의 “지난 3년간 수천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오히려 자발성을 빼앗아 교사들의 사기만 꺾어 놨다.”는 지적을 흘려버릴 수 없는 이유이다.

교과부의 말 바꾸기도 문제다. 2008년 5월에는 학교장이나 지역교육청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참여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3-5% 정도의 대상을 정해 공개할 방침이라고 했다가 12월에는 돌연 전체 공개로 바꾸었다. 강제사항으로 변경한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단위 학교별로 낱낱이 공개되면서 수업 파행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성괴급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200만원 차이가 나게 차등지급한다고 한다.

시도교육청에 배부되는 특별교부금도 달라진다. 지난해 충북교육청엔 104억 5000여만원이, 경기도 교육청에는 39억을 주는데 그쳤다. 충북비봉초등학교 신은희 교사는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활용을 확대하는 데만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과부의 부진아 감소를 위한 노력은 정성이 넘쳐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러나 부진아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통한 구제여야지, 지필고사에 의한 구제는 매우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면 학업성취도 평가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양길석 가톨릭대교수는 3-5% 학생만 표본으로 뽑아 실시하자고 한다. 박도순 전 교육과정평가원장은 “학교단위, 학급단위로 이루어져야 한다.”하면서 평가는 교육이 잘되게 ‘지원’하는 시스템이지 ‘규정’하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학교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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