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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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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 하지마라
  • 안용호
  • 승인 2011.07.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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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여름방학이 돌아왔다. 즐거운 방학이라고 말을 하는데 어린이들에게 진짜로 즐거운 방학일까? 우리가 내주는 방학숙제가 가장 즐겁고 보람차며 의미있게 보내야 할 여름방학을 지루하고 괴로운 방학이 되어 버리게 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6학년을 오래 담임해 온 나는 간간이 제자들 동창회에 초대를 받곤 한다. 어느 날 제자가 전화로 동창회에 참석해 주시라는 전화를 받고 나갔는데, 6학년 때 공부 꼴찌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숙제를 안 해 와서 손바닥을 자청해서 맞았던 유복이가 회장이 되어서 회비도 안 받고 자기 돈으로 동창회를 치루는 것을 보았다. 유복이가 타고 온 차는 에쿠스였다.

나의 놀람은 매우 컸다. 공부 잘한다고 부자로 사는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서 또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2년 선배인 대복이가 일산으로 가서 처음에는 고기장사를 하다가 식당까지 겸하게 되었는데 고기를 많이 주고 친절하다는 소문이 나서 공무원들이 자주 오게 되었단다.

어느 날은 공무원들이 저쪽 허허 벌판을 가리키면서 사 두면 돈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싸디 싼 땅을 사두었는데 개발이 되면서 갑부가 되었고, 건설회사까지 차려 운영하다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노후를 편하게 보낸다는 것이다. 대복이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자전거를 다리 밑에다 놔두고 놀다가 도시락을 거기서 먹고 친구들이 공부를 마치고 오면 같이 오는 그런 아이였다. 시험을 보면 신기하게도 틀린 답만 골라 쓰는 아이였는데 대성공을 하여 캐나다에 살고 있다니…….

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공부와 잘 사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다시 방학 숙제로 돌아와서 나는 방학 숙제를 너무도 친절하고 자상하게 내 주었던 것 같다. 수학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수학의 페이지를 방학의 날짜로 나누어 풀어보게 하고, 일기쓰기, 글짓기, 독후감쓰기, 그림그리기, 꾸미기 작품 만들기, 그것도 부족하여 식물채집과 곤충채집까지 내주었다.

그런데 그 때까지만 해도 그 것이 옳은 줄만 알았었다. 아이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을까 라든가, 너희들이 하고 싶은 귀중한 시간을 내가 뺏어 버린다는 생각을 못하고 방학과제물 전시회를 하여 상까지 주었다. 동창회에서 제자들이 그런 숙제가 지겨웠다고 나에게 말해 주었을 때야 비로소 어린이의 입장에서 생각 못한 나를 질책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초·중·고·대학 그리고 대학원까지 36개의 방학을 한 번도 계획대로 알차게 보낸 기억이 없다. 방학이 시작되면 나는 놀 궁리를 먼저 했다. 3일은 괜찮겠지. 3일 후에는 일주일은 괜찮아. 일주일 후에는 3일만 더 놀자. 그리고 10일이 되었을 때는 조금만 더 놀자 하면서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야 부랴부랴 방학숙제를 한다고 친구 것을 빌리고 난리를 치다가 학교에 가곤 했다.

그래 놓고도 내 제자들에게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아니 나는 그렇게 보냈어도 너희들만이라도 그렇게 보내면 되겠냐면서 아무 필요도 없는 숙제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그렇게 친절하게 내 주었던 것이다. 교육폭력에 의해 내주는 방학숙제, 안 내주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고통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안 내주는 것이 상책이지만 꼭 내 주어야 한다면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해야 한다.

방학 일주일 전에 이 번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려하는가에 대한 과제를 내 준 후 정규 교과 수업이 다 끝난 후 아이들과 함께 방학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번 여름 방학은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라고 물었을 때 여행을 가고 싶다면 외국 여행이나 국내 여행에 대하여 안내를 해 주고, 책을 읽고 싶다는 어린이에게는 교과관련 도서라든가 꼭 읽어야할 책을 골라 주면서 읽되 제목만이라도 쓰도록 한다든가, 무엇을 수집하고 싶다고 하면 우표수집이나 상표 모으기 등 다양한 수집활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를 가르쳐 주며 무엇을 하든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한다. 하나를 하더라도 멋지게 하도록 하는 것은 선생님의 몫이다.

방학은 어린이들의 관심사를 경험해 볼 절호의 기회이다. 함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것은 부모님의 몫이다. 그리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도 이번 여름방학에 알게 하자. 세계를 누비는 우리 어린이들이 갖추어야 할 언어능력의 중요성도 알게 하자.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부모님에게 효도하기, 조상님의 훌륭한 점 알기, 다른 사람 도와주기 등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배우는 기회를 주자.

이번 여름방학을 가장 의미 있고 보람차게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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