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중차대한 전환점에 선 우리 교육
상태바
중차대한 전환점에 선 우리 교육
  • 안용호
  • 승인 2011.08.19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우리 교육, 변해야 산다. 그 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꿋꿋이 제자리를 지켰던 우리교육은 너무 변한 외부환경과 곪아 썩어버린 내부 환경 때문에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로에 서 있다.

먼저 대학을 들여다 보자. 광복 후 새교육이 들어오면서 대학은 우리 교육의 꽃이었다. 누구나 대학을 가기 위해 죽기 살기로 힘쓴 나머지 ‘우골탑’, ‘인골탑’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승승장구한 나머지 지나친 양적 팽창과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 그 동안 대학생들이 공부 안한다는 말은 자주 회자되었으나 신문에 보도된 다음 내용은 교육을 깊이 생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박시호 전 우체국예금보호지원단 이사장은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에 특강을 나갔다가 놀랐다고 한다. 강의를 시작했는데도 100여명의 학생 중 상당수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학생들의 눈빛에서 어떤 열기도 느낄 수 없었다.”며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여러분이 이렇게 절망에 빠져있으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꿈과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강의를 마쳤다고 한다. 대학의 실상을 현미경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 같아 씁쓸하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까지 우리는 대학에 가서 학문을 연구하여 인격을 완성하고 취직도 하기를 바랐다. 취직을 하여 신분상승을 더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취직이 안 되는 것이다.

서울대, 고대, 연대를 제외한 대학생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자괴감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1% 남짓한, 세칭 일류대생만 빼고 99%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패자’의 불행, ‘2류’라는 열패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자조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보자. 해방 후 우리는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를 숨가쁘게 달려왔다. 오늘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교육이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한 것이다. 우리는 미국식 자본주의 속에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문화가 없는 것이 없지만 경제는 미국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식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자유방임의 고전자본주의, 1930년대 대공항 이후 케인스가 내세운 수정자본주의를 거쳐서, 1970년대 스태그 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로 발전해왔다. ‘자유시장자본주의’라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아 우리는 더 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지금 곳곳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심각한 빈익빈 부익부의 그늘을 드리우면서, 탐욕과 과다를 다스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 자본주의를 4.0자본주의라고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변화와 발전의 와중에 있는 것이다.

승자독식, 극한 경쟁의 자본주의인 신자유주의를 거쳐 오면서 ‘1등 지상주의’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고도성장이 끝나 인재들이 진출할 자리가 예전처럼 늘어나지 않으면서 폐해는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한국의 교육과 인재양성, 채용의 선순환구조가 깨졌다고 진단했다.

1998년 이후 신자유주의 극한경쟁이 더욱 심화돼 비정규직 채용이 급증하면서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1등 이외에는 낙오자로 전락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건국대 오성삼 교수는 “한 줄 세우기로 다양성을 말살하고 젊은이들에게 패배감을 주는 사회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력 차별을 줄여야 하는 시책을 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하는 것처럼 고교생을 뽑는 차원을 넘어야 한다. 취직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되고, 학문을 하기 위해서 대학을 가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교육을 정치화하면 안 된다. 지금 우리는 무상급식을 위하여 200억 짜리 국민투표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한, 두사람의 정치적 야망이 교육과는 거리가 너무 먼 일에 정력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 교육에서는 무엇이 변해야 할까? 당장 할 일은 가르치는 교육보다는 배우는 교육으로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교과 특질에 따른 지식 습득의 경로을 통해 지식을 습득시키고 자기주도적 학습력도 길러주어야 한다. 학교 학습 평가 방법도 목표지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방과후 학교는 없애야 한다. 학생들에게 노는 시간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교육을 위하여 예절교육의 내용을 전 교육과정에 체계적으로 넣어야 한다. 우리교육, 변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