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간혹 사용한다. 이 말은, 어떤 일이나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에 개의치 않고 그것을 해냈을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또는 앞에 든 사실을 부정하고 뒤에 오는 반대되는 사실을 내세울 때 흔히 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그럼에도’와 ‘불구하고’라는 두 개의 단어가 결합된 관용구이다. 여기서 ‘불구(不拘)하고’는 ‘다른 것에 얽매이지 아니하고’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의미는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각상의 이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란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조각상이겠지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조각상의 이름일테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가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불리는 유명한 인물 조각상이 있다. 이 조각상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전해오고 있다. 오래전에 ‘헤수스 가르시아’라는 조각가가 이 조각상을 제작하다가 완성하지 못한 채 사고를 당해 오른손을 잃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작업이 미완성인 채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각가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왼손 하나만으로 끈질기게 작업을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작품을 완성했는데 그것은 본래 작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하고 멋진 작품이 되었다. 이 조각상의 본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사람들은 오른손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력으로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낸 작가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뜻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애칭으로 조각상을 부르기 시작했다.
인류의 역사는 절망을 딛고 그것을 희망으로 바꾼 사람들의 역사였다. 헬렌 켈러 여사는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고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많은 집필 활동을 했으며 여성의 선거권과 참정권, 노동자의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앞장선 사회주의 운동가가 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세상이 비록 고통으로 가득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는 힘도 가득하다.’
베토벤은 음악가로서는 치명적 결함인 청력을 잃었지만 그가 청각장애인이 되고 난 후에 작곡한 교향곡 9번 ‘합창’은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그는 귀로 소리가 들리지 않자 가슴으로 음악을 들었던 것이다.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에도 불구하고 블랙홀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는 1962년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입학한 뒤 갑자기 루게릭병이 발병해 1~2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병으로 인해 근육이 마비되었지만 암산으로 수식을 푸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교 루커스 수학 석좌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2012년 WHO 세계장애보고서 발간 환영사에서 ‘장애는 성공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조각가, 헬렌 켈러, 베토벤, 스티븐 호킹 등은 그들의 삶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그들을 그곳으로부터 탈출시킨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절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으로 바꾸었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선택했으며 그들의 최대의 약점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강점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있다. 평탄하기만 한 인생이 어디 있으랴. 그럴 때마다 큰소리로 외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