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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등교, 원인 파악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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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등교, 원인 파악이 먼저다
  • 김재흥
  • 승인 2014.12.09 13:4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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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흥∥송광초등학교 교장
김재흥 칼럼.jpg

드디어 우리 지역에서도 9시 등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간 산발적으로 수면 하에서 논의되었으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건의에 의해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기에 이르렀으니 뜨거운 감자가 된 모습이다. 전국적으로 몇 개 지역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는 바, 적극적 지지와 적극적 반대의 입장 차이로 인하여 첨예한 의견 대립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으니 어느 정책이 옳고, 그르다고 쉽게 단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보수 쪽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율적 선택이 주어진 만큼 반비례하여 학력 저하 현상과 지역에 따라 우열 학교의 편중이 더 심해졌다는 근거를 들이대며 학력 위기를 역설하고 있고, 진보 쪽에서는 학생들에게 행복과 자율이 담보되어 학력이 향상되고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홍보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맞벌이 부부, 보수 성향 및 진보 성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고 있으며, 조기 등교에 시달리는 중고교생들은 9시 등교에 대하여 물어 볼 필요도 없이 환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9시 등교제가 시행된다면 초등학생들도 현재 8시 30분 전후 등교에서 학교 형편에 따라 2, 30분 늦어지게 될 것이다. 교사들도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리고 있다. 이와 같은 의견의 다름은 우리 사회의 소통의 스펙트럼 구조가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같은 논점에 대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관점만 추려서, 보고 싶은 항목만 가려서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터널시야를 가진 우리들 역시, 시각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오류를 가지고 있다.
 
즉,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폭넓은 수용보다는 특정의 주장이 옳고, 상대의 의견은 틀리다는 지극히 이분법적 사고가 더 큰 문제다. 정치권이나 위정자들이 흑백논리로 나뉘어 국민들을 편가르기 하는 것도 꼴불견인데, 교육 현장마저도 이분법적 사고가 날개를 달려고 한다는 점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만에 하나, 교육이 일시적인 이데올로기의 편중화 현상에 휩쓸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가치를 손상했을 때 다가올 예상치 못한 국가적 가치관 혼란과 그 위기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부 중고교생들이 아침 일찍 등교하여 0교시에 시달리는 것은 물리적, 정신적으로 다양한 문제점 등이 발생하여 적폐가 심하다는 현상은 그간 여러 가지로 입증이 되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이 늦잠 자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침 식사를 거르며, 졸린 눈으로 등교하는 일들이 다반사가 되어버렸다는 것은 교육 현장의 곪은 상처였다. 상위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것이 요즘 중고등학교의 실태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겠지만 필자가 확인하고 듣고 있는 바로는 많은 학교들이 그렇다고 한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학부모와 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대로, 일류병에 의하여 귀가 후 사교육과의 혈투가 그 원인의 한가지임은 분명하다. 대도시나 지방 중소도시의 학원가에 가보라. 밤 열한시가 넘어 자정이 되어가는 밤늦은 시각에 사설 학원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대열을 보시라. 수많은 학생들이 벌떼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그 광경을……, 피곤에 절어있는 그 표정들을…….
 
경쟁 상대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팽배한 총성 없는 이 전쟁터에서 학원 수강이야말로 학교 현장은 절대 넘볼 수 없는 견고한 철옹성위의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판이라는 사실을 그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이런 학생들이 집에 가서 복습하고 예습하면 새벽 한시를 넘기기가 일쑤다. 수면이 부족한 현실에서 신체적 성장 동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방치할 것인가?
 
일류 대학만이 능사인 이 사회에서 학력 우선의 굿판을 깨 부숴야 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점령해버린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뜯어 고치지 않으면 우리 교육에 희망은 없다. 학교가 제 기능을 회복하여 인성 교육과 창조 교육으로 나갈 수 있도록 인성창의 교육의 새로운 교육과정이 다시 수립되어야 한다. 지식 위주가 아닌 창의력 신장의 하부르타 교육같은 새로운 지형의 교육제도가 뿌리를 내리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겠다. 
 
학교 교육을 공멸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공교육이 정상 괘도로 나갈 수 있도록 국가는 망국적인 사교육 시장을 만 가지 방법이라도 동원하여 적절하고도 과감하게 통제해야 한다. 학생들이 일찍 귀가하여 성장에 필요한 수면을 충분히 취하도록 학부모가 노력하고 학교는 계몽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는 감시하고 국가는 제도와 정책을 통해 이런 토양을 배양해야 한다. 그리하여 학생들에게 넉넉한 휴식과 함께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필요한 수면이 확보된 이후 학생들의 일상 생활 패턴을 지켜보자. 그래도 학생들이 피로에 허덕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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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작성자명 2014-12-14 10:11:47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채 눈 앞에 보이는 졸속 땜방씩 교육 정책들, 이를테면 고교 평준화, 무상 급식, 자사고 확대, 특수목적고의 변질 운영, 교원 성과금 지급, 공무원 연금 파탄, 9시 등교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실패한 정책들이 오늘날 우리 교육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작성자명 2014-12-12 09:10:51
무한경쟁의 시대. 여유 있는 삶이 필요합니다. 근무시간 대비 생산효율성 바닥. PISA보고서를 보니 우리 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10 14:17:02
월, 화, 수, 목, 금, 금, 금 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져 마음이 아픕니다. 쉼이 있는 교육. 그런 교육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댓글 작성자명 2014-12-10 12:33:21
칼럼 읽는 내내 화가 치밀었습니다. 아이들의 9시 등교로 인하여 직장을 그만 두는 친구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럼 정치인들은 더 좋아질 수도 있겠네요...실업자들의 구멍 메우기가 실현될 수도 있으니...한 건 올리신 거네요..

김봉자 2014-12-10 06:04:29
하교 후에 중 2 아들과 함께 배드민턴, 탁구를 치며 함께하지만 1년 후 고등학생이 되면 이마저 할 수 없는 아이의 생활을 상상할 때면 지금부터
가슴이 아프고 아려 옵니다. 여리디 여린 아이가 3년을 어찌 버틸지~~~
우리 교육제도 바뀌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청소년 시기는 결코 행복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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