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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슈퍼 마리아(Super M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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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슈퍼 마리아(Super Maria)!
  • 이기홍
  • 승인 2024.02.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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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前 목포교육장

푸른 눈의 주현미가 온통 나를 사로잡는다. 현역 1년 차 가수가 나를 신비한 경이로움으로 몰아넣는다. 미스트롯 2 경연 때부터 시작한 트로트 가수 마리아의 진화는 멈출 줄을 모르고 현역가왕에서 당당히 탑 7에 입성해 빛을 발하고야 말았다. 누가 그녀를 ‘봐줘서 가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보다도 더 정확한 그 발음, 우리보다도 더 사무치게 토해내는 그 한, 그리고 경륜 있는 가수도 하기 어려운 놀라운 맛깔난 꺾기, 전업 트로트 가수조차도 돌아가는 정통 트롯에 당당히 맞서는 대담함, 무엇 하나 놀랍지 않는 것이 없다.

그래 난 화면에 나오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고, 절절히 풀어내는 한 소절 한 소절을 음미하느라 도통 숨을 쉴 수 없다. 무엇이 이 푸른 눈의 여인을 이렇게 만들어냈을까. 우리말을 줄기차게 배운 것도 아니고 우리의 정서 속에서 오래도록 산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트로트를 이렇게나 맛깔나게 불러낼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172㎝ 키에 몸무게 52㎏인 그녀는 2,000년 9월, 미국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코네티컷 주에서 고등학교 교육까지 받는다. 15세 때 케이 팝을 처음으로 접하고 심취해 2년 동안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한다. 2017년 뉴저지 주 한인회 주최 추석 큰 잔치에서 포미닛의 ‘미쳐’를 불러 대상을 거머쥐고 한국행 비행기표를 상품으로 받는다.

그리고 부모님의 반대를 뒤로하고 2018년 혈혈단신으로 이역만리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와서 자취 생활을 하며 아이돌 가수에 도전한다. 그리고 연세대 한국어 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인천 가톨릭대학교 문화 예술 콘텐츠 학과로 진학한다. 세상만사는 맘대로 되지 않는 법, 향수병에 걸릴 즈음 이미자의 노래를 접하고 위로를 받게 되고, 주현미를 공부하여 트로트에 심취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어떤 힘에 이끌리어 실용음악 학원에 등록하여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마리아 트로트를 만들어내게 된다. ‘천년바위’를 토해내고, ‘물레방아 도는데’를 풀어내며, ‘엄마 아리랑’을 쏟아내다, 급기야 ‘추억의 소야곡’을 소화해 낸다. 그러다 현역가왕의 마지막 곡 주현미의 ‘비에 젖은 터미널’을 주현미보다도 더 주현미 같은 감성으로 불러내고야 만다.

6.25참전 용사였던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단장의 미아리 고개’ 역시 애간장을 끊듯 넘어가고 ‘울면서 후회하네’를 후회하며 철철 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절절히 불러재끼고야 만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트로트 세계화가 우리의 열망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가수를 만나기는 천우신조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만일 마리아가 우리의 음악 트로트를 미국에 전파하는 전도사가 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울림이 클 것이다. 이제 그녀를 트로트 여제로 만들어 울타리 안에 갇힌 트로트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퍼져나가게 하자, 

그동안 우리는 국제화를 세게 하면 세계화가 된다며 일방적인 세계화로 전 세계로 나아가 이 지구상 어디에도 우리가 없는 곳이 없게 만들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외국인도 우리 품에 들어와 자신들이 원하는 둥지를 틀 수 있게 아량을 베푸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 우리도 당당히 세계화를 운운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무예 택견을 취미로 하고 있고, 해장국과 감자탕을 좋아해 미국 음식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푸른 눈의 주현미, 마리아 엘리자베스 리즈(Maria Elizabeth Leise)가 우리들 품에서 둥지를 틀고 우리의 한과 흥을 풀어내는 트로트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을 할 수 있게 적극 도와준다면 비로소 우리나라도 세계화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도 푸른 눈의 주현미는 한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어려워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의 정 많은 모습이 그렇게나 좋고, 빨리빨리 바삐 사는 모습이 그렇게도 좋다고 한다. 2020년 9월에 만들어진 마리아의 팬카페 ‘슈퍼 마리아’가 말하고 있듯이 마리아는 분명 슈퍼 마리아임에 토를 달수가 없다.

버클리 음대를 포기하고 한국에 와 트로트를 하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스토리를 품은 마리아는 정말 뛰어난 이 나라 트로트 가수다.  트로트 필이 넘치고도 남는 푸른 눈의 슈퍼 마리아! 그대가 있어 트로트가 더욱 격조 높은 음악으로 자리매김 되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트로트가 전 세계로 나아갈 날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트로트를 영어 앨범으로 제작해 미국 시장에 내놓고 싶다는 피아노 치는 마리아,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마리아는 트로트 세계화 전도사로서 최적임자이기에 너무나 소중한 내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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