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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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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캘리그라피
  • 김 완
  • 승인 2023.10.0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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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한장 칼럼(58)

가까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프로그램 중에 캘리그라피가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 캘리그라피 문자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예술을 겸비한 매력있는 생활 속 실용 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그라피는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일까. 매우 궁금하던 차였다. 매주 수요일 오전 두 시간이라는 시간 배정도 매우 적절하다. 망설임 없이 수강 신청했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했다. 우리말샘 사전 등에 의하면 캘리그라피는 손 글씨를 이용해 구현하는 시각 예술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의 상징적 의미를 살려서 다양한 도구로 글씨의 크기·모양·색상·입체감으로 미적 가치를 높인다. 그러한 특성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기관의 홍보 기법으로, 기업의 광고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캘리그라피는 영어권에서 역사가 매우 깊지만, 우리나라는 근래에 들어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한 협회들의 설립 시기가 20년 전 안팎인 것으로도 그 역사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캘리그라피라는 용어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정의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그렇다 보니 일반 사람들은 ‘캘리그래피’와 혼용하고 있다.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캘리그라피’로의 정의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주저 없이 수강 신청을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씨쓰기에 관심이 많았다.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영향이었다. 교육대학교 재학 중에는 서예를 시작했다. 당시(1980년대)에는 서예가 상당히 주목받는 예술 영역이었다. 대학의 서예 동아리도 활기찼다. 친구들은 주로 한자 서예를 했으나 나는 한글 서예를 고집했다. 교사로서 한글 서예가 더 필요한 능력이라 생각했다. 

교직 10여 년 만에 서예를 중단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미련이 많이 남았다. 한글 서예는 궁체와 판본체를 중심으로 흘림, 반흘림, 서간문체 등이 많은 한글 서예가들에 의해 쓰여지고 발전되어 왔다. 캘리그라피는 붓과 먹에 크게 의존했던 서예를 포함하여 우리 한글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부지런히 익혀서 지인들의 좋은 일에 축하 문구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글씨쓰기는 단순히 기능이나 예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이자 서예가인 소동파는 글씨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글씨에는 정신(神,) 기상(氣), 골격(骨), 근육(肉), 혈색(血)이 녹아있다고 했다. 실제로 유명 인사나 서예가의 필체는 본인의 성격이나 골격과 닮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필적 전문가인 구본진 박사는 필체를 바꾸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고 했다.   

10월 9일은 제577돌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진 바다. 과학적 원리에 의한 창제, 최고 수준의 언어 표현 가능, 자음과 모음의 배합 원리에 따라 배우고 쓰기에 매우 쉽다. 글자의 형태로 볼 때에도 세상의 수 많은 문자들 중에 가장 안정적인 자형을 보인다. 이렇게 우수한 한글이 캘리그라피를 통해 또 다른 아름다운 형태로 세상에 선보이고, 보다 심오한 예술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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