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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청소년 제주 항일역사탐방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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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청소년 제주 항일역사탐방을 다녀와서    
  • 김예준
  • 승인 2023.07.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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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준∥한영고 1학년

교육과정박람회 강사로 활동 하던 중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사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준아, 역사 잘 하고 관심 많은 학생들을 위해 교육청에서 제주도 역사탐방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는데 신청해보지 않을래?”

나는 선생님의 한 마디를 듣고 바로 그 자리에서 내 모든 진심을 담아 신청동기를 작성했다. 하지만 학교 내 2명 추천, 도내 60명 선발.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도전 같아 보였다. 선정이 되기만을 빌고 빌어 어느 날 선정문자가 나에게 왔다. 정말 영광스러운 날이었다.

7월16일 내가 그렇게나 고대하던 그 날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모르는 친구, 형, 누나,선생님들 천지였다. 이 순간 만큼은 너무나 무섭고 어색하여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제주에 도착하고 첫 번째 목적지에서 역사를 배운 후 이러한 내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실 나는 내 역사 실력에 대해 자만하고 왔었다. 그렇기에 이 공간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은 한국사 자격증, 교과서에서 배운 모든 것들은 복습하는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역사는 1/1000도 안되었다. 교과서에서 언급 되어 있는 제주도는 단지 4·3 사건의 피해지였고, 항일운동이 일어난 것은 전혀 언급 되어 있지 않다. 

조천항일운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역사 앞에서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경술국치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었던 역사관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제주도에서 항일운동이 일어난 것을 이때까지 모르고 그렇게나 자만해 있었던 때문이다. 

조천항일운동 때 행진거리를 걸으며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이 거리가 100년 전에 그렇게 항일의 열기로 뜨거웠다고?’과거의 역사를 현재에서 걷고 있다니, 이때까지 책으로 배웠던 역사는 진짜가 아니라 몸소 체험하고 100년 전 그 당시의 열기와 현재 우리 한국의 모습을 비교해보며 선조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게 진짜 역사라는 걸 느꼈다. 

다음으론 북촌 너븐숭이 마을로 갔다. 내가 아는 역사가 아닌 전혀 모르는 역사를 배운다니 가슴이 뛰었다. 이 곳에서 배운 4·3 사건 역시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4·3사건은 생각보다 너무 비참하고 잔인하였다. 마을 주민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아 총으로 대학살을 하고 아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보이는 민간인이라면 모두 사살해 희생자 중 젖먹이 어린 애를 안은 여인도 있었다.

피를 흘린 채 싸늘하게 식어가는 엄마, 굶주린 어린애가 옷고름 속을 파고들며 젖을 빨아대던 장면,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첫 날의 모든 계획을 마치고 숙소에서 한상희 선생님의 특강을 들었다. 강의의 수 많은 내용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단 하나를 꼽자면 바로 성산포 경찰서장 문형순 서장님의 이야기다.

죄가 없지만 죄를 저지를 것 같은 이를 미리 구속하는 ‘예비검속’, 군 당국의 예비검속, 학살 명령이 떨어지자 문형순 서장은 이를 거부하였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말이다. “부당하므로 불이행” 단 이 8글자 만으로 내 가슴은 매우 뜨겁게 뛰었다. ‘아, 나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명령을 거부하면 난 곧 죽을텐데..’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우당 이회영 선생은 한 평생 이 질문을 자신의 삶에 가지고 살았다 한다. ‘단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그는 죽기전에 질문에 대한 답을 남겼다. ‘나의 일생으로 답했다.’나는 그의 명언이 문형순 서장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은 무등이왓 마을에 갔다. 4·3때 군인과 경찰들이 이 곳을 휩쓸며 방화와 학살을 저질렀다. 허허벌판이 마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곳은 사람이 죽고 불태워진 장소인 것이다. 마을길을 걸으면서 남들 몰래 살짝 울었다. 

난 이 때 알게 됐다. 내가 지금 진짜 역사에 반응하며 한 층 성장하고 있다는걸. 이 활동을 함으로써 나의 역사교사라는 진로는 다시금 확실해졌다. 알지 못했던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되며 단순히 책에 실린 사실만 인지해 역사에 대한 자만감이 전부였던 잘못 된 역사관을 고칠 수 있었고, 제주 4·3사건, 제주 항일운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배경 지역을 직접 탐방해 역사의 숨겨진 사실을 파악하고, 미래의 제자들에게 교과서에만 실린 역사가 아닌 내가 직접 보고 느낀 역사를 가르치는, 그런 아름다운 역사교사가 되는 것이다.

이 탐방을 주관한 5·18민족통일학교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 탐방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터닝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단순한 글의 역사가 아닌 현장을 보고 느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입체적인 역사라는 것을 제대로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활동을 통해 역사를 깨달은 것 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기를 수 있었다. 처음엔 활동에 임하며 굉장히 부끄러워 했다. 하지만 누나, 형들과 역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등 각종 대화를 통해 부끄러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이 탐방활동은 모든 성실한 학생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진로가 역사 관련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 4조 모둠원들의 진로는 모두가 달랐다. 역사는 문과에만 국한 되지 않는 문이과 모두에게 필요한 절대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꼭 후배들이 내년에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하겠다. 아니 홍보를 하겠다. 내 인생을 바꾼 활동이니 후배들의 인생도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짧은 일정을 마치고 헤어지게 되어 너무 아쉽고, 4조가 그립고 선생님들이 그립다. 3일간의 여정 죽기전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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