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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이혼 고민에 대한 나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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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이혼 고민에 대한 나의 조언
  • 김 완
  • 승인 2024.05.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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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한장 칼럼(68)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각종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의한 2007년부터 적용된 공식적인 기념일이다. 부부간의 관계를 되새기고 화합을 도모하는 취지에서 지정됐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과 함께 가족 관련 기념일로서 5월 가정의 달의 대미를 장식하는 날이기도 하다. 21일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부의 날 의미처럼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30여 년의 세월을 전혀 다른 환경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 인성과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다. 결혼이라는 매개로 짧고 쉽게 하나가 된다는 것은 꿈꾸어 보는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톨스토이는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라고 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3년도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는 193,657건이다. 반면에 이혼 건수는 92,394건이었다.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연중 결혼하는 건수의 절반 정도의 수치가 이혼을 하는 셈이니 부부의 삶이 녹록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혼은 당사자는 물론 자녀를 비롯한 주변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안타까운 일이다. 오래전, 친구로부터 이혼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평소에 말이 별로 없고 매사에 신중한 친구였다. 뜻밖의 토로에 놀라고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꼼꼼하게 챙겨 들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다소 감정이 섞인 사연들도 있었다. 이미 부부간의 다툼으로 인해 자녀들에게 준 상처도 깊었고, 부부의 형제자매들까지 관여해 가족 간에 심한 감정의 골도 형성된 상태였다.

나는 친구에게 어떻게 조언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친구의 고민을 듣기 전에는 ‘이혼은 또 한 번 잘못 선택하는 결혼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혼은 비극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함께 살기로 한 것은 더 큰 비극일 수 있다’는 외국 영화의 대사가 떠올라 나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했다. 조언을 위해 나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내가 혼란스러울 때 종종 하는 방법이다.

내가 친구 부부를 잘 알고 있는가. 그렇지 못했다. 친구는 꽤 오랜 기간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상당히 깊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친구의 배우자는 내가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았다. 친구와 결혼이라는 인연을 맺은 후에 가끔씩 정기적인 모임에서나 마주하기 때문에 그녀를 잘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부간의 일은 부부만이 안다’라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 또한 있지 않은가.

이혼을 가정했을 때, 친구에게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보다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가끔 전화해서 안부를 묻을 수 있겠다. 좀 더하면 식사 자리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마다 대화 소재도 걱정이었다. 가정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자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조심스러울까.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적당한 사람을 소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도 조심스럽다. 그것이 또 다른 아픔이 되지는 않을까.

친구의 자녀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거의 없었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가장 큰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다. 평소에는 가끔 마주할 때마다 조카들이라 여겼다. 약간의 용돈과 덕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혼을 하면 나의 어떤 행동이나 위로가 아이들의 깊은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을까.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친구를 다시 만났다. 내가 친구의 삶에 대한 심판자일 수 없었다. 이혼 결심을 바꾸도록 적극 설득했다. 설득 속에는 친구의 자녀들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였다. 예상되는 직장에서 사회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었다.

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친구는 이혼 결심을 철회하고 지금까지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후 친구와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나누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행복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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