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경을 함께 목격한 시민들은 추운 밤에 술에 취해서 길거리에서 잠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낯선 남자에게 선뜻 접근하지 못하고 몇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몇 명 있었지만 모두 쳐다보기만 하고 지나쳐 갔다.
당시 취객을 발견한 어린 남학생 한 명은 남성에게 다가가 ‘집으로 들어가서 주무시라’고 수차례 말을 했지만 취객은 만취하여 횡설수설 할 뿐이었다. 남학생은 취객에게 겨우 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자신은 핸드폰을 지니지 않은 상태라, 옆에 있던 시민에게 핸드폰을 빌려 취객 집에 전화해 보았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학생은 취객에게 계속 말을 걸어 계림동 모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학생은 택시를 잡아 취객을 태워서 집으로 보내 주려고 하였으나, 만취한 승객의 모습을 본 택시 기사들은 4차례나 승차를 거부하고 지나가 버렸다. 학생은 자신이 승객인 것처럼 행동하여 택시를 잡은 다음, 취객을 태워 택시 기사에게 계림동 아파트까지 태워다 달라고 당부해 남성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시민은 “학생의 모습이 하도 기특하여 학교와 이름을 물어본 결과, 운림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준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방학이 끝나자 곧바로 학교로 전화를 걸어 목격담을 알리면서 이 학생의 선행 사실을 칭찬하고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어떤 사건을 목격을 하는 경우 사람들은 ‘누군가가 나서겠지’ 하고 서로 미루면서 아무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누군가가 나서기만 하면 무사히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모두 방관하면 최악의 경우에는 생명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이같이 맑은 심성으로 아름다운 선행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무한경쟁시대에 내몰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