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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월 교육국장 "조직의 변화 실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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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월 교육국장 "조직의 변화 실감, 행복했다"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5.08.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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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말 정년퇴임…도초고 교장, 해남고 교장, 해남교육장, 정책기획관 등 역임

“전문직을 거치지 않았던 유일한 교육국장, 이제 물러갑니다. 돌아서는 뒷모습이 예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년퇴임을 앞두고 보니 내 지나온 모습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창졸간 많고 많은 육지를 놔두고 진도(珍島)라는 섬에 태어나 교직에 들어선지 40년, 시간은 화살처럼 빨랐다. 제자들, 동료교사, 선후배, 학부모, 교직원들과의 숱한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지만 단지 훈장 수상을 위한 4장의 공적조서로 요약되면서 상부 기관에 보고됐다.

곽종월 전남도교육청 교육국장(사진)이 오는 8월 28일, 황조근정 훈장을 받고 정년 퇴임한다. 기자는 26일, 행사 때문에 눈코 뜰새 없는 곽 국장과 짧게 만났다. 곽 국장은 목포제일여고에서 담임을 맡으며 체벌을 가해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학생이 아직도 가슴에 상처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밤에 유흥업소에 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학생에게 모진 체벌을 가했지만 이튿날 녀석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밤거리를 누비며 녀석을 수소문하고 다녔지만 다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체벌이 통용되던 사회분위기 탓도 있지만 자신이 성숙하지 못해 녀석이 희생양이 된 것 같아 지금도 가슴이 메인다.

곽 국장은 교직생애중 대부분을 일반계고에 근무했다. 특히 고 3진학지도에 전력해 지난 2007년 광주 전남 수능 수석을 배출했다. 이처럼 진학지도에 남다른 능력을 보이던 곽 국장 인생은 지난 2007년 3월,신안 도초중·고로 첫 교장 발령을 받으면서 일대 전기를 맞게 된다.

섬에서 태어난 곽 국장은 섬으로 발령을 받자 마자 학생수 늘리기에 나섰다. 곽 국장은 “당시 교직원들과 섬주민들은 누가 섬에서 섬으로 전학을 오겠나, 어떤 미친 사람들이 육지에서 섬으로 자기 자식을 보내겠냐”면서 “심지어 새로온 교장이 미쳤다고 수군거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개교 30년만에 도초 이외 지역에서 도초로 전학을 와 학년당 2학급으로 늘리는 성과를 냈다. 또 새 교장이 온 이후 ‘농산어촌 우수고’로 지정받아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학생들의 중국연수, 교원관사 개보수, 학생지도 수당 현실화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내자 섬주민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섬지역에 원어민 교사를 채용했다. 당시만 해도 파란 눈의 서양 사람을 만나기기 쉽지 않았는데 학교에 상주하며 학생들과 어울리는 일 자체가 섬 사람들에겐 화제였다. 이같은 당시 곽 교장의 교육활동은 도초로 여행을 온 중앙일보 기자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이후 KBS등에 ‘파란눈의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타이틀로 방송됐다.

이러한 성과가 알려지면서 해남군민이 초빙하는 해남고 교장으로 2010년 3월 1일자로 부임한다. 선진 해남고 육성을 위해 곽 교장은 과학중점학교, 기숙형고교 모델학교 등 교육부 공모사업을 유치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했고 기숙사를 건립, 면학분위기를 조성해 학생들의 수능표준점수를 상승시켜 명문대에 다수의 학생을 진학시켰다.

이후 2010년 9월 1일자로 장만채 교육감의 공약중 하나였던 주민추천 교육장 공모제에 응모해 8대 1의 경쟁을 뚫고 해남교육장으로 발탁됐다. 곽 교육장은 ‘세계에서 땅끝으로, 명품해남교육 실현’이라는 비전하에 교육부 공모사업인 해외현직교사 초청 프로그램에 응모해 3억원의 예산을 확보한다.

캐나다 현지에서 30명의 교원을 인터뷰를 통해 선발해 해남으로 초청 300명의 해남학생들에게 영어교육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 우수학생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지금까지 지속되며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당시 곽 교육장은 해남읍과 면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초등학교 공동학구제를 실시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을 부여해 공동발전을 유도했다.

정책기획관과 교육국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시베리아 횡단 독서토론 열차학교 운영, 중국-독도-일본 등을 항해하는 선상무지개학교 운영, 중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M+, 고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Hi-Plus사업 지원, 취업중심 특성화고 운영지원을 위한 MC교육시스템 운영은 전국적인 우수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합리적인 성격의 곽 국장은 인자한 성품과 온화한 미소로 평소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퇴임을 1년 6개월 앞두고 본청에 들어와 정책기획관(6개월)과 교육국장(1년)으로 재직하며 전남교육청의 고품질 교육정책개발과 과간 업무 조정 등에 있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곽 국장은 “미천한 능력의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주신 것은 오로지 교육감님의 판단이었다”면서 “무덤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니 무덤속에서도 교육감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국장은 "교장과 교육장, 교육국장을 지내며 저로 인해 학교와 조직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면서 “부족한 저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과의 소중한 인연의 끈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곽 국장은 별도의 퇴임식을 갖지 않고 31일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작별인사를 건네고 각 과를 돌며 인사를 나눈 후 오전 10시 30분, 정들었던 전남도교육청 청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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