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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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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 하영철
  • 승인 2015.01.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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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철∥미래교육발전포럼 대표·前 광주학생교육원장

광주시 교육감은 2015년 신년사에서 수업 혁신을 통해 “질문 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면서 획일적인 교사 중심 수업으로부터 질문, 토론, 협력하는 학생 활동 중심 수업으로의 전환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질문 있는 교실’ 구현을 위해 ‘300 교원 수업 나눔 운동’을 전개 하겠다 고도했다. 교육감의 신년사나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는 ‘질문 있는 교실’을 구현하는 방법만 있지, ‘질문 있는 교실’을 왜 강조하는지 그 목적은 밝히지 않았다.

오늘날 지향해야 할 교육을 창의성 교육과 인성 교육으로 볼 때, 학생 중심 수업을 통해 이 두 가지 목적에 접근해보자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질문 있는 교실’을 운영함으로써 교사 주도의 지식 위주의 획일적 교육을 지양하고 다양한 학생 활동을 통하여 창의성과 고운 인성을 기르려는 교육감의 교육관은 바람직하다 생각된다.

그러나 질문은 창의성을 기르는 수업 방법 중의 하나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을 아니다. 질문이란 학습자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물어보는 행위다. 교실수업에서 학생의 질문은 수렴적 사고에 의한 물음이지 확산적 사고를 요하는 물음은 거의 없다.

교실 수업은 교과서라는 교재와 교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질문은 배우는 학습 과제의 범위를 넘을 수 없고, 교실 수업에서의 질문은 정답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질문은 교사의 가르침을 받다가 제한된 학습 과제 범위 내에서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물어보는 것이기에 상상이나 확산적 사고와는 거리가 있는 학습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질문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행위도 아니다. 질문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 외향성인 학생의 전유물이지, 창피함, 바보 같은 느낌, 자신감 부족, 남을 의식하게 되는 점을 생각해볼 때 학습 부진아나 내향성인 학생과는 관계가 적은 학습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질문 있는 교실, 협동 학습, 토론 학습은 외향아 적합 시스템으로, 내향아의 학습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교육감이 ‘질문 있는 교실’을 주장하는 목적을 창의성 있는 학생을 기른다는 데 있다고 예상하고 창의성 교육과 질문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첫째, 창의성은 복합과 분화의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창의성 기법인 브레인스토밍 법은 집단적 사고에 의한 아이디어의 생산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집단적 사고에 의한 아이디어는 개인적 사고에 의한 아이디어보다 질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여러 학생이 모여 열린 공간에서 모르는 점을 서로 질문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혼자 폐쇄된 환경에서 문제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이라는 창의성의 관점에서 보면 열 사람이 함께 모여 생각하는 것보다는 열 사람이 개인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한 다음 그것을 모아 분석 종합해보는 것이 아이디어의 양과 질에서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학교 수업에서 질문을 통한 협동, 토론 학습은 학생들의 상호작용력 신장에는 도움이 되나, 확산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데는 문제가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둘째, 교실 수업에서는 교사의 발문이 독립 변수이고 학생의 답은 종속 변수이다. 수업은 교과서라는 교재를 중심으로 교사 주도 하에 행해지는 것이다. 창의성을 기르는 수업에서는 학생의 질문보다 계획적, 의도적, 가치 지향적인 관점에서의 교사의 발문이 중요하다.

발문이란 수업 목표를 향하여 학생의 사고라든지 이론을 자극 유발하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문제의 제기인 것이다. 수업의 핵심은 학생의 질문이 아닌 교사의 발문에 있다. 교사가 창의성이나 도덕성 같은 학생들의 가치 있는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발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학생은 사고하고 답을 하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라는 교사의 발문에 학생들은 다양한 답을 생각하는 것이지, 학생이 이 같은 질문을 던지기는 어렵다. 수업의 주체는 교사이고 학생은 객체인 것이다. 미래의 역량인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창의성 있는 교사가 학생들의 확산적 사고를 요하는 발문을 통해 수업을 전개하는 것이지, 질문 있는 교실로는 창의성을 기르기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질문은 수렴적 사고의 산물일 수 있기 때문에 확산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사의 발문이 먼저임을 생각해야 한다. 학부모나 시민들은 진보, 복지, 상생, 인권에 이어 ‘행복한 학교’, ‘질문 있는 교실’을 접할 때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고의 뇌를 이용하여 이상과 현실, 이상과 실용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듣기는 좋으나 실제적 의미나 효과가 없는 교육정책은 비판을 해야 하고, 교육 지도자는 그를 통해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忠言逆耳나 利於行’이라는 말을 생각해야 한다. 교육은 상식과 여론, 자기 생각이 아닌 과학과 경험의 산물이어야 한다.  좋은 수업은 질문이 있는 수업이어야 한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 뇌에 의한 ‘동의’는 사고의 뇌에 의해 깊이있게 생각해 봐야한다. 

창의성을 기른다는 목적에 비추어보면 학생의 질문보다는 교사의 발문이 더 중요함을 생각하자. 확산적 사고를 요하는 교사의 발문에는 정답이 없으나, 수렴적 사고를 요하는 학생의 질문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다.

아마 ‘질문 있는 교실’을 강조하는 교육감은 ‘발문’을 ‘질문’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이 간다. ‘질문 있는 교실’보다는 ‘발문 있는 교실’이 수업의 혁신 방안이 됨을 생각하자. 학생들의 질문 기법은 교사의 발문에 의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300 교원 수업 나눔’을 추진할 때는 질문보다는 교사의 우수한 발문을 개발하고 실제 수업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 미래의 핵심 역량인 창의력과 고운 인성을 기르는 광주 교육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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