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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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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 주의보
  • 정영희
  • 승인 2006.09.0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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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안심초등학교 교감

머리맡에 놓아둔 배낭을 보며 밤새 아이들은 꿈을 꾼다. 과자 몇 봉지에 음료수가 전부이지만, 이미 마음은 광화문 앞이요, 청계천 징검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광화문이 누가 드나드는 문이며, 청계천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몰라도 그만이다.

우선 학교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편다는 일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다. 언제 그들이 자유의 나래를 펴고 하늘 높이 솟구쳐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가. 고착된 시간 속에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 만으로도 기쁨은 몇 곱절일 것이다.

아이들의 꿈이 현실로 승화되어 요술램프 같은 현장체험학습이 되길 학생들은 바라지만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아쉬움이 적지 않다.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교육적이고 바람직한 지도 방안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으로 선생님들은 잠을 설친다.

어떻게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장체험학습이 될까? 먼저 할 일이 현장체험학습 장소에 대한 사전 정보의 수집이다. 학교에서 제작하여 출발 전날쯤 손에 쥐어주는 현장체험학습 안내장은 요식 행위라면 지나친 기우일까. 장소마다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난장판(?)을 보면서 새로움을 찾아낸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하다 해도 그 정보가 얼마나 유익하며 학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였다. 정말 중요한 일은 현장체험학습 전에 이루어지는 준비활동이다. 견학 장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웹 사이트를 활용하거나, 관련 도서를 읽거나, 시청각 기자재를 활용하여 학습하는 등의 주도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전 지식 없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짧은 시간에 여러 장소를 두루 섭렵한다는 것도 일정의 촉박함 때문에 겉핥기식 활동이 될 수 밖에 없다. 장거리 이동상의 시간 문제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2박 3일 동안 10여 개의 장소로 내모는 일은 소화불량으로 가는 첩경이다. 테마형 현장체험학습을 대안으로 내 놓으면 어떨까? 예를 들어 ‘박물관 기행’이나 ‘사찰 탐구’ ‘미술관 기행’ ‘자연생태 기행’ 같은 주제를 설정하여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일이다.

주제 해결에 어려움은 따르겠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자료를 제작하여 활용한다면 못 할 일도 아니다. 일련의 이러한 활동들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 없인 어려운 일이기에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 사전에 현장을 답사하여 실시상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이에 알맞은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현장체험학습에 임한다면 시행착오는 줄어들 것이며, 학생들에게는 즐겁고 내실 있는 매우 매력적인 활동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현장체험학습 운영 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학교들이 준비상의 어려움을 내세워 위탁 방식을 채택한다. 위탁이나 직영이나 각각의 장단점은 있다. 문제는 학생들을 위한 최상의 질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교에선 위탁 방식을 선호한다. 학생 인솔과 안전지도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형편에, 회계 업무 처리까지 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일은 현장체험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가운데는 학생들의 편안한 잠자리와 맛있는 식사가 필수 조건이라고 볼 때 선택은 분명해진다.

우리 학교도 얼마 전에 서울을 정점으로 한 테마형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의 만족도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다만 시간에 쫓겨 서해대교를 건너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다. 과욕을 부린 일이지만 말이다.

‘길을 떠난 자는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세계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라지만 가슴만은 우주를 향해 크게 열려 있으면 한다. 꿈꾸는 자에게 큰 세상이 펼쳐지고,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서서히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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