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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龍)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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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龍)나면 얼마나 좋을까
  • 나동주
  • 승인 2006.09.2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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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동주∥전라남도목포교육청 장학사

미국의 경제학자 누르크세(Nurkse Ragnar, 넉시)는 후진국은 소득이 적어 저축과 구매력이 낮고, 이는 저투자 현상을 가져오며 이에 따라 생산력이 저하되어 또다시 소득의 감소를 가져온다는 소위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업보(業報)처럼 대물림되어 온 가난의 굴레를 경제학적으로 풀이한 것이라 이해된다.옛날에는 개천에서 무슨 용(龍)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도 공부 잘하는 아들 딸 하나만 두면 그 고생은 금새 행복으로 변하곤 하였다.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계층간의 양극화를 걱정하면서 설상가상으로 그 중심에 교육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들의 학력이 좌우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까?

돈 없는 서러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녀들이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해도 안된다.”라는 패배의식 속에서 갖혀 살게 된다면 돈 없는 부모의 오장육보는 과연 성할 수 있을까? 또한 남들 다 다니는 그 흔한 학원 맛 한 번 못 보게 만든 부모는 과연 가난이 죄라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지적인 능력이 부족해서 가르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난했기 때문에 가르치지 못했고, 배우지 못했노라고 말한다면 어느 누가 고개를 끄덕여 줄까? 오늘처럼 찬바람 휑하니 가슴속 파고드는 날이면, 가난했기 때문에 지지리도 못나게 살았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요절한 우리 형님.
엿장수 집 아들 대연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지수.
그리고 늘 우울했던 영광댁 큰아들 금만이.

지금도 개천에서 수없는 용이 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용들, 강남 하늘에서 한바탕 굿판이라도 벌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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