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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춘 선생님 "들꽃같은 아이들을 향한 관심, 햇살이자 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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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춘 선생님 "들꽃같은 아이들을 향한 관심, 햇살이자 거름"
  • 김두헌 기자
  • 승인 2006.11.23 0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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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교육청에서 활발한 학생 상담활동을 펼쳐

경남 마산에 위치한 '들꽃 온누리고등학교'에서 4년간 근무했던 경상도 부산 사나이, 엄재춘 선생님! 당시 윤리선생님이었던 엄 선생님이 전라남도곡성교육청에 상담교사로 부임, 길가의 들꽃같은 학생들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어 화제다.

올 3월 1일자로 부임한 엄 선생님은 "학생들의 주된 고민이 주로 가정문제나 성격, 진로문제가 주류를 이룬다"며 "편부, 편모 슬하 학생이 많아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사랑을 못 받는 것이 학생들 성격장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곡성교육청에 근무하며 주로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을 이용, 학생상담을 하고 있는 엄 선생님은 학생들이 '우울증이나 난폭한 성격'문제로 고민하는 걸 곁에서 지켜보자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처음엔 접근을 꺼려했던 학생들도 엄 선생님의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춘 상담활동때문에 격의없이 자신의 문제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고 한다.

"상담활동을 예쁘게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판에 박힌 좋은 말이나 충고는 자칫 학생들이 지루하고 듣기싫은 말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엄 선생님은 "학생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욕도 구사하는등 그들의 언어와 그들의 시선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엄 선생님이 학생들의 아픔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진단서(?)를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상담을 하는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 때문.

엄 선생님 자신도 조실부모하고 가난한 집안에서 살며 왕따도 당해보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불량스런 학생 역할도 마다 하지 않았다.

"제가 큰 은혜를 입은 선생님께 보답하는 방법은 저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좋은 길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 선생님에 따르면 거친 들꽃같은 엄재춘 학생을 선생님이라는 직업으로 이끌어준 두 명의 선생님이 계셨다고 한다. 먼저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의 담임선생님.

"아마 12월 5일쯤인가 그랬을 겁니다. 늘 말썽만 부리고 장난꾸리기인 저를 선생님께서 부르시는 겁니다. '아, 이번에는 또 무슨일로 혼이 날까'하고 선생님께 갔더니 글쎄, 선행 표창장을 저에게 주시지 뭡니까? 사실,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또 한 분의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은 고 3시절의 담임 선생님. 당시 엄재춘 학생은 도시락을 싸올 형편이 못 돼 야간자율학습시간에도 밥을 굶어야 했다. 엄 군을 말없이 지켜보셨던 선생님은 교무실로 조용히 엄재춘 학생을 불렀다.그리곤 정성들여 싸오신 김밥을 엄재춘 학생에게 내놓으며 '먹으라'는 말만 하셨다고 한다.

당시 엄재춘 학생은 담임선생님의 정성에 감복,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결심했다. 반드시 선생님의 따뜻한 정성과 은혜에 보답하자고. 엄재춘 선생님은 이처럼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선생님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 상담활동을 하면서도 학생들의 말 한마디, 손짓 발짓 하나에도 정성을 들여 바라보게 된다고 한다.

"학생들의 고민은 100%로 부모내지 가정문젭니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은 그 희생자들인 셈이죠."

엄 선생님은 "1주일에 2회정도 학교를 방문해 집단상담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활용,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면서 "상담활동을 통해 문제아였던 학생들이 마술처럼 달라지길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또 "제 말대로 학생들이 잘 따라주길 바라는 욕심도 버렸다"면서 "천천히, 멀리 바라보고 학생들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걸 곁에서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엄 선생님은 "10년뒤에 학생들이 '아, 내가 학창시절 상담시간을 가졌었지'하며 스쳐 지나가듯 생각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피력했다. 엄재춘 선생님은 마산 지역의 대안학교인 '들꽃 온누리고등학교'에서 4년동안 근무하며 말썽꾸러기들인 학생들을 변화시킨 감동적인 사연이 지난 9월 중순, KBS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칭찬 한번 받아 보지 못한 학생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흔들림 없는 관심일지 모릅니다.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이 길가의 꽃같은 아이들에겐 햇살이자 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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