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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들,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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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들,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보라"
  • 하영철
  • 승인 2010.12.3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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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철∥미래로 학교 교육도우미 대표

며칠 전 시내 모 중학교 1, 2학년 교양강좌를 요청 받고 망설임 끝에 학교를 방문했다. 강당에 들어가니 100여 명의 남여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소개에 이어 단 위에 올라 바라보니 과거 교직생활을 할 때 보았던 초롱초롱하고 호기심에 불타는 눈망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책상에 엎드려 있는 여학생, 앞과 옆 친구들과 장난을 하는 남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선생님들과 앉아 있는 맨 뒤 학생들만이 약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동기유발과 주의집중이 어려운 상황에서 강의는 시작되었다. 인간의 뇌는 글씨도 그림으로 읽기 때문에 글씨만으로 제시되는 ppt 자료는 학습효과가 없다는, ppt 함정을 생각하며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미있는 그림을 많이 삽입한 ppt 자료를 만들어 제시했으나 강의는10분도 되기 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측 세 번째 줄에 앉아 있는 학생의 “이×××야, 왜 때려!”라는 갑작스런 외침은 나를 놀라게 했다. 즉시 선생님이 오셔서 그 애를 조용히 타이른 다음 강의는 다시 시작되었으나 몇 분이 흐르기도 전에 또 한 학생이 소리를 질렀고 그 결과 강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소란을 피우는 학생을 밖으로 내보냈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선생님 누구 한 분도 조용히 하라는 주의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성공적인 수업은 동기유발과 ppt 자료 등 각종 교수매체의 활용, 그리고 호기심과 학습의욕에 불타는 눈동자를 교사가 읽고 진행하는 수업이어야 하고, 수업 중 주의가 산만한 학생, 옆 학생의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을 때는 그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교육적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는 오늘날 교실 환경이 원망스러웠다.

잠자는 학생이 1/3 정도, 잡담하는 학생이 이곳저곳에서 보이고,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듣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한 강의실 분위기를 보면서 요즈음 선생님들의 고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장하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께 학교방문도 중요하지만 직접 학생을 가르치는 기회를 가져보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교단에서 직접 학생들을 지도해보지 않고는 교육적 체벌까지도 못하는 오늘의 교실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바뀌면 학교교육도 교육감의 성향대로 바뀌는 오늘의 교육 현실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경쟁과 자율만을 지향하는 보수 교육도 문제지만, 상생, 평등, 복지, 인권만을 주장하는 진보 교육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교육은 ‘꽃이 피면 봄이 온다’는 논리의 비약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다. 꽃 한두 송이가 피었다고 겨울 난로나 두터운 옷을 정리하는 오류가 교육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인간의 수만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칭찬도, 질책도 학습자의 성격이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주어져야 하고 그 결과도 다양하게 나타남을 생각했으면 한다. 나는 이번에 중학교 학생들을 직접 지도해보면서 과거와는 너무나 다른 학교 현장의 분위기에 체벌금지가 교실의 붕괴를 가져올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강의가 끝나고 들은 학년주임과 교감,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여기에 밝히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현장의 선생님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주의가 산만한 학생, 잠자는 학생, 옆 학생의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이 방치되고 있는 오늘의 교실을 살리는 길은 없을 것인가? 그것은 체벌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체벌도 그 방법 중의 하나임을 교직경험을 통해 확실히 이야기하고 싶다. 교사가 체벌 받는 학생보다 더 아픔을 느끼는 체벌, 학생들의 인내력과 지구력을 기르는 체벌, 옆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주어지는 교사의 교육적 체벌까지도 못하게 하는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교육은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체벌금지, 국가수준 성취도 평가 불참은 다음 선거에서 보수 성향 교육감의 당선을 가져오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음을 생각했으면 한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즐거운 학교, 행복한 학생도 중요하지만 총성 없는 교육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인재양성의 중요성, 학부모와 교사들의 요구 그리고 세계 강대국들의 교육개혁의 방향을 살펴 실패 없는 교육정책을 펴나가기를 바란다.

무상급식,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제정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 기다리고 있음도 생각했으면 한다. 선거공약도 바꿀 수 있고 교육철학도 바꿀 수 있는, 강하고 현명한 교육감이 되어 우리 광주, 전남 교육이 진보성향 교육감에 의해 과거보다 나은 교육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이고 교육이 보이고 미래가 보인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하면서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추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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