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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교사가 교장·교육장되는 공모제 재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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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교사가 교장·교육장되는 공모제 재고돼야"
  • 하영철
  • 승인 2011.01.2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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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철∥미래로 학교 교육도우미 대표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라는 노래가 있다. 학교장이나 교육장, 교육감 자리에 누구나 앉을 수는 있다. 그러나 누가 그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교육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간은 권위에 대한 도전보다는 권위에 대해 복종하도록 길들어져 왔다는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학교장이나 교육장, 교육감의 권위에 대한 복종만 하는 조직원의 본성도 문제지만 권위에 대한 도전 또한 생각해볼 일이다. 권위에 대한 선의의 도전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권위에 대한 부정적 도전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본다.

전남교육청에서는 일정의 교육경력을 가진 평교사도 교육장 공모제에 공모하도록 하고 있고, 이미 평교사가 공모한 시, 군 교육장 후보도 있다고 한다. 평교사라고 해서 교육장이나 교장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평교사 출신이 교장, 교육장, 교육감이 되었을 때 권위에 대한 복종보다는 그 권위에 대한 부정적 도전이 있게 됨이 걱정스런 일이다.

내 밑에서 교사로 있던 사람이 교육장이 되었을 때 그의 권위에 복종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지금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당선된 지역에는 외형적인 권위에 대한 복종과 내면적인 권위에 대한 부정적 도전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서울을 보더라도 체벌이나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교장들이 대부분이고, 광주나 전남에도 인사나 교육정책에 대한 학교장이나 교감들의 불만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그들을 만나보면 알 수가 있다. 교육장은 실력과 인성, 경력, 청렴성, 미래 비전을 가진 지도력 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

평교사도 교육장이 되고 교장이 되는 공모제는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교육은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순경이 경찰서장, 경찰청장이 되고, 사원이 회사의 사장, 회장이 되면 과연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교육장 공모제 대상은 학교장 자격을 갖고 학교경영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 해야 함이 어떨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교육장, 교장 공모제의 방법도 새롭게 변해야 한다. 지금 같은 선정 방법은 그 공정성과 객관성이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계획서나 자기소개서를 잘 쓰고 면접에 잘 응한다고 해서 유능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인 것은 아니다. 학교장 공모에 그 학교에 재직한 자도 공모케 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 학교에 근무한 교장이 공모한다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선택될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지역 일선 학교에서 교장 공모제가 확대 실시되고 있으나 지원자의 부족으로 공모제의 의미가 상실되고 있는 현실이다. 왜 교장 공모에 응시자가 적은지, 교장 공모에 응시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어떤지 깊이 생각해볼 때가 온 것이다.

공정한 평가에 의한 선발이 아닌 이미 결정된 곳에 들러리로 서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공모제는 듣기 좋은 이야기로 포장된 자기사람 심기의 방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 공모제 지원 자격을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규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1차로 공모자를 심사하기보다는 학부모총회, 교직원모임, 학생모임에서 각각 토론회를 가져 그것을 점수화하고 지원자의 과거 경력을 살펴 선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

운영위원 몇 명이서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뽑는 교장 공모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공모는 공모답게 추진해야 한다. 상호토론과 과거의 스펙을 살펴 평가한다면 지금과 같은 공모 방법보다 훨씬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평가가 이루어져 유능한 교육장이나 학교장을 뽑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권위는 위임된 권한으로, 교육감, 교육장, 교장은 먼저 교원과 학부모로부터 능력 있는 자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정당성(legitimation)에 근거하여 지시와 명령을 할 때 그 권한은 지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위에 대한 복종보다는 권위에 대한 선의의 도전이 있을 때 우리 교육의 미래는 밝을 것이나, 지금은 권위에 대한 부정적 도전이 도사리고 있는 점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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