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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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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다시 태어나다
  • 정영희
  • 승인 2011.02.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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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수 소호초 교감

60, 70년대 포크가수들의 산실이자 가난했던 노래꾼들의 안식처였던 음악 감상실이 새해 벽두부터 TV매체를 타고 ‘쎄시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전반에 걸친 정치적 무관심과 상대적 빈곤감이 증폭되면서 희망의 불씨를 지펴가려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기획자 간의 조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시청률이 16%를 넘어섰다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복고풍(Retro)이 주목받는 추세와 관련이 깊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과거에 즐겼던 문화경험을 다시 반추하는 경향이 되살아난 것이다. 옛 추억을 통해 지난날의 감성과 꿈을 새롭게 재생산하려는 노력과 앞만 보고 달려온 피로감에 지친 7080세대들에게 서정적 노랫말과 멜로디가 젖어들며 무뎌진 감성에 불씨를 지핀 것이다.

쎄시봉은 가장 현대사적으로 어두운 시기에 통기타를 상징하는 명동에 있던 음악 감상실 겸 다방이다. 그 곳에서 기타를 치며 청바지 문화를 주도한 가요계의 음유시인들이 드나들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60대 황혼기에 접어든 노래꾼들이지만 그들이 엮어내는 음악세계는 같은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에게까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7080세대들의 대중음악문화가 당분간 시대의 중심을 관통할 듯하다.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거나 인터넷 예매를 신청하는 사람들로 홈피가 다운이 될 지경이라니 이 시대의 음악이 잃어버린 추억과 대화와 감성을 되찾아주는 창구가 되고 있음이 틀림없다.

반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가수가 꿈이란다. 그러니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에 아이들의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한류열풍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게 요즈음 아이돌 그룹이다. 그런데 춤의 선정성에 지나친 노출과 과도한 몸짓들이 우려스럽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맹목적인 모방에 따른 특정인 우상 풍조가 아이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가로막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들의 꿈을 나무랄 순 없지만 공부타령만 늘어놓는 우리도 한계다.

교실 창가에 기계음이 새나온다. 따라 부르는 아이들이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낸다. 교실에서 삐걱대는 풍금을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창고에서 간혹 골동품처럼 어렵게 볼 수 있으니 디지털교구에 밀려 자리를 빼앗긴 풍금의 발판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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