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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게 三代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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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게 三代를 간다"
  • 안용호
  • 승인 2011.07.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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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믿기 어려운 이 말을 읽는 순간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네가 잘 먹어야 우리 집이 번창해야!” 하시던 말씀이 떠오르면서 우리의 밥상을 생각해 본다. 우리의 밥상은 가공식품과 유전자 조작 식품, 그리고 인공복합 사료로 길러지는 가축과 그로부터 나오는 육류, 농약과 화학비료로 범벅이 된 과일과 채소 등이 이미 점령했다.

달고 새콤한 맛에 영양가 없는 음식을 즐겁게 먹는 중이다. 놀랍고 두려운 일이다. 우리의 식생활은 우리의 건강과 후손들의 미래까지도 바꾸어 버릴 것이다. 식생활이 변하면서 우리는 비만, 당뇨, 고혈압, 암 등 여러 가지 문명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을 체념,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도 했고 유전자 타령도 했다. 그러나 어딘가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유전자도 변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연구를 한 과학자들 덕분에 그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후성 유전학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음식이 유전자를 바꾼다. 중국의 고원지대에 자리한 산시성 타이위안 시에서는 기형아가 출생아의 70%로 무척 많이 출생했다. 정부의 위탁을 받아 연구를 한 베이징 대학교 출산 건강 연구소 런 웨이궈 교수는 임신해서부터 3개월까지 모체에 공급되는 ‘엽산’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먹는 음식이 가족의 운명을 어마어마하게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밝혀진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 지역의 피마 인디언들은 세계 최악의 ‘당뇨병 부족’이라는 오명을 달고 산다. 소박하지만 건강에 좋았던 인디언 전통음식은 천대를 받고 사라졌으며 화려한 패스트푸드가 밀려 온 것이다. 정제된 하얀 밀가루, 옥수수 가루, 버터, 치즈 등 고지방 고칼로리 가공식품의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결과이다. 한 끼 식사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음식은 만병의 근원이다. 임신 중의 영양 섭취가 삼대의 건강을 결정한다. 2000년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병원 테사 로즈붐 박사는 유전에 대한 학설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증거를 찾았다. 병원 기록에서 전쟁 중에 못 먹은 할머니들의 자손들은 저체중아이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자주 앓았는데 그 이유는 전쟁 중의 식생활이 손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에서는 모든 질병이 유전자 때문인가, 환경의 영향인가 논쟁을 벌여 왔다.

그런데 로즈붐 박사는 자궁에 태아가 생기면 태아의 몸에도 난소 세포가 있다는 것이고 태아가 자궁에서 발달하면서 이미 난소 세포도 만들기 때문에 삼대 째 아이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찾아냈다. 태아는 자궁 속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앞으로 살아갈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자궁에 공급되는 영양소의 양과 질, 비율이 바깥 세상을 그려볼 수 있는 중요한 재료이며, 그에 따라 적응하도록 발달을 해 간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진정으로 잘 먹고 잘사는 것, 그게 바로 후대를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만들어진 정자의 결과가 달라 후손에게 영향을 준다. 유전자의 위에서 유령처럼 떠돌며 유전자에 영향을 주는 분자들을 후성 유전체라고 하는데, 후성 유전체의 비밀을 푸는데는 쌍둥이들이 도움을 준다.

일본 도쿄의 토시하루 형제의 경우 동생은 암으로 고생하지만 형은 건강하다. 미국 조세핀 테사로 할머니도 일란성 쌍둥이인데 동생은 요실금이 있고, 관절 수술을 했지만 언니는 건강하다. 왜 그럴까?스페인의 바로셀로나 대학병원의 유전학자인 에스텔로 마넬 박사는 일란성 쌍둥이 40쌍을 최첨단 유전학적 기법을 사용해 조사했다. 유아기 유전자와 장년기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유전자에 달라붙어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메틸기’라는 생화학물질인 분자를 발견했다.

메틸기는 유전자를 꺼버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유전자는 죽는다. 세포 하나에 있는 DNA를 이으면 2-3미터가 되고 인체 내 모든 세포의 유전자를 연결하면 달과 지구 사이를 5천번 왕복할 수 있다. 이 메카니즘을 풀려면 복합적인 요인을 전부 고려해야 한다. 음식이 유전자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메틸기 같은 후성 유전체를 바꾸어 우리 몸의 건강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은 이제 정설이다.

후성 유전학적 입장에서 음식을 살펴보면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는 말이 옳은 말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음식이 운명을 바꾼다. 우리 전통 음식만 먹어도 무병장수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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